[윤여수 기자의 씨네에세이] ‘춘곤기’ 충무로, 봄날 햇살이

  • 입력 2009년 3월 19일 07시 26분


“재미있지 않아요?”

2월 말 한 영화 제작자가 웃으며 건넨 말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2009년 한국영화 제작 및 기획개발 지원 사업 공모 접수 결과를 발표한 직후였습니다.

영진위 발표에 따르면 한국영화 제작 및 기획개발 지원 사업에 공모한 신청작은 각각 307편과 448편이었습니다.

현재 시나리오를 개발했거나 영화화를 위한 최소의 시놉시스 등을 구성한 기획편수가 그 정도라는 얘기지요.영진위는 지난해 12월18일 침체된 한국영화 제작을 활성화하기 위해 두 가지 지원 사업안을 발표했습니다. 순제작비 10억원 이내 영화 10편에 편당 4억원의 제작비와 현물 등을 지원하고, 4억원 규모의 기획개발비도 순차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발표장소였던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에는 제작자와 프로듀서, 투자배급사 직원 등 많은 영화 관계자들이 모여들어 영진위 측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관심을 드러냈습니다.

영진위 관계자는 지원 사업 접수현황 발표 뒤 “무덤에 들어간 사람까지 되살아나 지원 사업에 신청했다는 말까지 있을 만큼 열기가 뜨겁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지원 사업 신청작의 편수가 “이전보다 훨씬 늘어났다. 제작비를 조달할 수 있는 기회가 그 만큼 적은 셈이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사람이 그 정도로 많다는 증거이기도 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재미있지 않으냐”며 웃었던 제작자의 말도 그와 일맥상통합니다. 아무리 어려운 시기이지만 현재 영화를 기획하고 제작하겠다는 분위기는 이전보다 더 뜨겁다는 말이지요.

이 제작자는 “놀라운 일이 아니냐”며 웃음을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 자신도 상당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여전히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감독을 만나며 배우를 물색합니다.

어쩌면 바로 이런 모습과 의지에 한국영화의 희망이 있는 건 아닐까요. 영진위 지원 사업 공모의 신청작 편수 현황을 들여다보며 떠올린 생각도 바로 그것입니다. 한국영화에 여전한 희망이 있다고, 창의적이고 신선한 아이디어와 기획력을 지닌 인력이 여전히 충무로를 지키고 있다고 말입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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