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 윈즐릿 “난 캐릭터 사랑하는 연기자일뿐”

  • 입력 2009년 3월 17일 02시 57분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에서 21세 연하 소년과 사랑에 빠지는 여인을 연기한 케이트 윈즐릿은 “이 영화를 통해 배우라는 직업과 나 자신의 내면에 대해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루비키노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에서 21세 연하 소년과 사랑에 빠지는 여인을 연기한 케이트 윈즐릿은 “이 영화를 통해 배우라는 직업과 나 자신의 내면에 대해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루비키노
‘더 리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케이트 윈즐릿 e메일 인터뷰

○ ‘최고배우’ 과분… 다른 배우와 경쟁한적 없어

“이제야 겨우 ‘나는 연기를 업(業)으로 삼고 사는 사람입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됐을 뿐이에요. 지난 몇 달 동안 더없이 명예로운 찬사를 받았지만 지금은 그것을 잊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14일 e메일로 만난 케이트 윈즐릿(34)의 답변은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 속 한나의 대사처럼 똑 부러졌다. 그는 26일 개봉하는 이 영화로 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과 골든글로브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또 다른 출연작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안겼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최근호는 그를 ‘같은 세대 가운데 최고의 배우’라고 평했다.

윈즐릿은 “고마운 말이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만한 풋내기에 불과했던 14년 전 ‘센스 앤 센서빌리티’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다른 배우와 ‘경쟁’을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배우가 역할보다 앞서면 안 돼요. 캐릭터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고서는 만족스러운 연기를 할 수 없습니다.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건 늘 한 가지예요. 감독을 포함해서 영화에 관여하는 누구보다도 내 역할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는 거죠.”

‘더 리더…’는 36세 여인과 15세 소년의 격정적 사랑을 그린 영화다. 갑작스레 육체관계를 맺게 된 마이클에게 한나는 “사랑을 나누기 전에 책을 읽어 달라”고 요구한다. 마이클은 한나에게 ‘오디세이’ ‘채털리 부인의 사랑’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등을 읽어 준다.

동명 원작소설은 1995년 출간돼 40개 나라 언어로 번역된 베스트셀러. 영화를 보고 나서 소설을 읽는 독자는 주인공 한나 슈미츠로 윈즐릿 아닌 다른 배우의 얼굴을 떠올리기 어렵다. 어두운 과거를 감추고 전차 차장으로 일하는 한나로 2년을 살아낸 그는 “다른 차원의 세계에 들어갔다가 겨우겨우 돌아오고 있는 듯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미국 중산층 부부의 비극을 담아낸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에이프릴도 강한 역이었죠. 2년 동안 두 영화를 잇달아 찍으면서 정신적 쇼크에 시달렸습니다. 외상은 없지만 내상이 심각한 교통사고 환자가 된 느낌이었어요.”

‘더 리더…’는 윈즐릿의 베드신 연기로도 화제가 됐다. 그는 이제 막 성에 눈뜬 소년과 정사를 나누고 함께 목욕하는 장면을 통해 풍만한 육체를 드러냈다. 윈즐릿의 노출로 이 영화는 한국에서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상대 배우 데이비드 크로스가 15세 연하라는 건 문제되지 않았어요. 사랑에 빠진 한나의 감정을 이해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다시 또 그만큼의 노출 연기를 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언제나 벗는 배우’로 각인되고 싶지는 않으니까요.”(웃음)

○ “내 연기에 대한 성찰의 끈 놓지 않을 것”

‘더 리더…’의 한나는 독일 여성으로 2차 세계대전 중 유대인 수용소에서 일하면서 학살에 일조했다는 혐의를 받는 캐릭터다. 이 영화에서 한나는 강인하면서도 가련해 보이는 이미지로 비친다. 이로 인해 “영화가 유대인 학살자를 미화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한나를 동정하는 관객이라면 당시 상황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제 연기로 인해 관객이 새로운 질문을 떠올렸다면 흥미로운 일이죠. ‘더 리더’는 제가 배우 인생의 한 챕터를 닫을 수 있게 한 작품입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제 연기를 ‘확신’하지 않아요. 이 일을 계속하는 한 부끄러움에 대한 경계심을 잃고 싶지 않습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주목! 이 장면▼

행복 속으로 자전거 여행

碁た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