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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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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투할 때 잽도 많이 맞으면 충격이 쌓여 결국 KO를 당하듯 작은 댓글 하나가 모여 한 사람을 무너뜨릴 수 있다.”(영화배우 안성기 씨)
“모르는 집안이라도 금줄이 걸리면 떡을 나눠 먹으며 축하해줬던 우리의 전통이 인터넷 시대에도 잘 계승되었으면 좋겠다.”(방송인 김제동 씨)
악성 댓글(악플)과 사이버 괴담에 시달리던 연예인들의 자살 사건이 계속되면서 착한 댓글로 서로를 북돋아주자는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다.
사단법인 ‘선플달기국민운동본부’(대표 민병철)는 다음 달 7일을 ‘선플의 날’로 선언하고 다양한 행사를 전국적으로 펼쳐나가겠다고 3일 밝혔다.
지난해 5월 설립된 이 단체는 악플의 심각성을 알리고 인터넷에서 상대를 존중하고 격려하는 댓글 달기 캠페인을 주도해 오고 있다.
‘민병철 생활영어’로 유명한 중앙대 교양학부 민병철 교수를 주축으로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 영화배우 안성기 독고영재 씨, 탤런트 유동근 씨, 방송인 김제동 씨, 축구선수 박지성 씨 등 유명 인사들의 참여도 활발하다.
민 교수는 지난해 1월 가수 유니가 누리꾼들의 악플을 견디다 못해 자살했다는 소식에 큰 충격을 받고 선플 운동을 펼치기로 결심했다.
앞으로 운동본부는 전국 초중고교 내 컴퓨터실과 홈페이지를 ‘선플방’으로 지정해 친구 간, 가족 간, 사제 간에 칭찬과 격려의 댓글을 달도록 하는 ‘선플방’ 사업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올해 6월 제주 중앙중에 1호 선플방이 만들어졌고 경기 용인시 성지고, 서울 혜원여고 등 10곳에 추가 설치를 논의 중이다.
또 이 운동본부는 개별 학교에 ‘선플 누리단’을 조직해 악플이 집중되는 사안에 선플로 응수하며 사이버 괴담을 자제하는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중국 쓰촨 성 대지진 때는 국내 포털사이트에 지진에 희생된 중국인들을 조롱하는 댓글이 번지자 600여 건의 ‘선플’을 달기도 했다.
11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는 선플을 주제로 한 ‘손수제작물(UCC), 표어, 포스터 및 만화, 수기’ 공모전도 벌인다.
민 교수는 “악플은 익명 뒤에 숨은 소리 없는 총탄”이라며 “겉으로 강해 보이는 연예인도 그 총탄 앞에선 무기력한 보통 사람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운동본부와 활동을 함께해 온 연예인들도 선플 운동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인터넷을 안 한지 오래됐다는 김제동 씨는 “악플에 시달리는 학생을 만나 보니 면전에서 당하는 비난보다 뒤에서 얘기가 들려오는 느낌이 더 무섭다고 하더라”며 “반대로, 모르는 사람한테서 칭찬을 받으면 감동도 100배, 1000배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독고영재 씨도 “친구들과 소통의 방식을 배우는 학교 때부터 선플 문화를 교육하면 갈수록 취약해지는 인성교육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