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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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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EBS 국제 다큐멘터리 페스티벌(EIDF)’ 심사위원장을 맡아 방한한 크리스틴 초이(54) 미국 뉴욕대 영화과 교수를 22일 서울 서초구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아버지가 한국인인 초이 교수는 1983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중국인을 살해한 백인이 벌금형을 받고 풀려난 사건을 다룬 ‘누가 빈센트 친을 죽였는가’라는 다큐멘터리를 연출해 1989년 아카데미상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올랐다.
“당시 미 정부는 기자도 아닌 동양인은 이 사건을 객관적으로 다룰 수 없다며 백인 남자 작가가 함께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제작 지원 신청을 받아들였어요. 결국 도중에 지원이 중단됐죠. 작품이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자 정부 지원을 받았다는 언급을 해달라는 공식 편지를 보냈더군요.”
초이 교수는 1954년 중국 상하이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중국인이다. 그는 ‘누가 빈센트 친을 죽였는가’ 이후에도 미국 내 인종 차별을 주제로 작품을 만들었다.
“아버지(최건우 씨)는 상하이에서 독립운동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즈음 친구의 가게에서 중국인인 어머니를 우연히 만났죠. 어머니는 여러 언어를 할 수 있어서 나중에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사무소에서 일하기도 했어요. 어머니와 저는 귀국한 아버지를 찾아 1962년에 한국으로 왔고, 고등학교 1학년 때 미국으로 이민 갔습니다.”
미국에서 건축을 공부하던 초이 교수는 나이지리아의 내전을 피해 도망 중이던 부부가 나이지리아에서 찍은 필름을 주며 편집을 부탁해 온 것을 계기로 다큐멘터리 작가로 나선다.
“그 작품이 ‘나이지리아 나이지리아 1’이에요. 미국 ABC방송이 그것을 구매했고 이를 계기로 뉴스릴이라는 다큐멘터리 제작사에서 일하게 됐죠.”
2004년부터 매년 열린 EIDF는 2008년 ‘차이와 다양성을 넘어’라는 주제로 21개국의 다큐멘터리 43편을 22일부터 일주일간 EBS TV와 EBS 센터 등에서 상영한다. 2004년 1회 때는 한국의 주부를 다룬 초이 교수의 작품 ‘주부의 얼음땡’이 개막작으로 상영됐다.
“TV에서 일주일간 다큐멘터리를 상영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죠. 여러 다큐멘터리 영화제의 심사위원장을 했지만 한국의 다큐 축제는 친숙해요. 상영작 중 12편을 봤는데 수준이 높더군요.”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