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병순號’ 갈등넘어 통합 이룰까

  • 입력 2008년 8월 26일 02시 56분


KBS 이사회가 25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11명의 이사가 모두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하지만 야권 추천 이사 4명은 사장 후보 재공모를 주장하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낮 12시 일제히 퇴장했다. 사진 제공 KBS
KBS 이사회가 25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11명의 이사가 모두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하지만 야권 추천 이사 4명은 사장 후보 재공모를 주장하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낮 12시 일제히 퇴장했다. 사진 제공 KBS
4차례 투표 끝 선정… 첫 KBS출신 사장 탄생

공정성 확보 - 경영적자구조 개선 등 과제 산적

유재천 이사장, 정연주 전 사장 지지자에 욕설 등 봉변도

KBS 이사회는 25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임시이사회를 열어 이병순 KBS 비즈니스 사장을 정연주 전 사장의 후임으로 내정했다. 이 사장 내정자가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으면 KBS가 공사로 전환된 뒤 35년 만에 첫 KBS 출신 사장이 탄생한다.

이사회는 4명의 후보자를 면접한 뒤 만장일치 추대를 위해 1시간 동안 논쟁을 벌였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고 4번의 투표 끝에 이 사장을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는 이날 오전 10시경 시작됐으나 11명의 이사 중 이기욱 이사 등 옛 열린우리당의 추천을 받은 4명의 이사는 “사장 후보 공모와 5명으로 압축한 절차에 하자가 있다”며 재공모를 주장하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퇴장했다.

▽낙하산 논란 피하려 후순위 후보 내정=정 전 사장의 거취와 맞물려 후임 사장에는 김인규 전 KBS 이사를 비롯해 강동순 전 KBS 감사, 안국정 전 SBS 부회장 등이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이 사장 내정자는 이보다 가능성이 낮은 다수 후보군의 한 명이었다.

하지만 김 전 이사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캠프와 인수위에서 활동했던 경력 때문에 ‘낙하산’ 시비에 휘말렸다. 11일 정 전 사장이 해임된 뒤 이 논란은 정치권으로 확산됐고, 김 전 이사는 19일 시장 응모 포기를 선언했다.

이후 김은구 KBS 사우회장, 이 내정자 등이 급부상하기 시작했고 김 사우회장이 정치색이 없다는 이유로 유력 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김 사우회장이 17일 정정길 대통령실장,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유재천 KBS 이사장,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등과 회동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도 낙하산 논란에 휩싸였다.

이 내정자는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유력 후보로 떠올랐으며 이 내정자가 KBS 비즈니스를 맡아 구조조정을 수행했다는 점도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 공정성 회복하고 내부 추슬러야=이 내정자는 정 전 사장의 거취를 둘러싸고 사분오열된 KBS 내부를 서둘러 추슬러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KBS 노조는 이 내정자에 대해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정 전 사장을 지지하는 사원들의 모임인 ‘사원행동’은 성명을 내고 “이번 임명 제청은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 내정자는 KBS의 공영성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과제를 앞두고 있다. 이 내정자도 이사회 면접에서 ‘공정성 확보’ ‘경영기반 확충’을 주요 과제로 꼽았다. 정 전 사장 시절 ‘탄핵방송’ ‘미디어 포커스’ 등으로 인한 공정성 논란과 신뢰의 추락을 하루빨리 회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 전 사장 시절 만성화된 적자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경영 혁신도 이 내정자의 과제 중 하나다. KBS는 상반기에 이미 207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이 추세대로라면 수백억 원의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KBS 안팎에선 이 내정자가 취임하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유재천 이사장, ‘정 전 사장 지지’ 직원들에게 봉변=유 이사장은 이날 오후 이사회가 끝나고 KBS 본관 지하 1층을 통해 밖으로 나가려 했으나 정 전 사장을 지지하는 일부 직원이 둘러싸고 양복과 넥타이 등을 잡고 밀치는 바람에 두 차례 넘어지고 옷이 찢기는 봉변을 당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KBS 관계자는 “20여 명이 둘러싸고 ‘인간쓰레기’ 등 욕설을 퍼붓고 밀치면서 20여 분간 험악한 상황이 이어졌다”며 “유 이사장은 사내 의무실로 피신했다가 1시간 뒤 회사를 나갔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이병순 내정자는

기자출신 ‘32년 KBS맨’

자회사 2곳 사장 지내

이병순 사장 내정자는 경북고와 서울대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그는 1977년 KBS 보도국 기자로 입사한 뒤 파리·베를린 특파원, 경제부장, 창원·대구총국장, 뉴미디어본부장, KBS미디어 사장을 거쳤다.

작은 것도 꼼꼼히 챙기는 업무 스타일로 깐깐한 원칙주의자로 통한다. 2005년 말 KBS 비즈니스 사장을 맡으면서 임금 삭감과 구조조정을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했다는 평을 듣는다. 이 내정자는 정연주 전 사장 시절 이례적으로 KBS 미디어와 비즈니스 등 자회사 2곳의 사장을 잇달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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