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경영’ 기관장 대부분 감사중 물러나

  • 입력 2008년 8월 7일 03시 00분


증권예탁결제원 사장 ‘예산 방만집행’ 사표

한전 자회사 사장, 특별승격 추진했다 해임

정연주 KBS 사장에 대한 감사원의 해임 제청 요구를 계기로 감사원이 이전에 조치한 다른 기관장의 해임 요청 사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00년 이후 감사원이 공기업 사장 해임을 요구한 것은 3건이다.

한국전력 자회사인 A사 사장은 2000년 노조와 이면합의를 통해 플랜트사업단 매각 계획을 철회하고 경영구조 개선을 포기해 감사원이 한전 사장에게 해임을 요구했고 그는 해임됐다.

감사원은 A사 사장에게 근거 없는 특별승격 합의를 비롯해 사내근로복지기금 과다 출연, 퇴직금 보전을 위해 경영성과급 임의 전용, 특별위로퇴직금 임의 지급, 업무추진비 사적 사용 등으로 회사에 496억 원의 손해를 끼친 경영책임을 포괄적으로 물었다.

같은 A사에 2004년 재직했던 사장은 △부당한 노사합의에 따른 쟁의 발생 △인건비성 경비를 사업비에서 부당 지출 △이사회 의결을 무시하고 급여성 경비 부당 지급 등의 이유로 해임됐다.

서울의 모 공사 사장은 △미진한 구조조정 추진 △임용 결격자 등 부당 특별채용 △정원을 무시한 과다 승진 사실이 적발돼 해임됐다.

감사원이 이처럼 직접적으로 기관장에 대해 해임을 요청한 사례는 흔치 않다. 하지만 부실 경영을 근거로 감사원이 기관장을 물러나게 하는 사례는 적지 않다.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 이후 사장 해임 요구 건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은 대부분의 문제 기관장들이 감사 진행 도중 스스로 물러나는 방식으로 책임을 져 왔기 때문”이라며 “부실 경영의 정도가 심하면 누구든 예외 없이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자진해서 물러나는 기관장에 대해선 그동안 별도의 해임 요구 처분을 하지 않았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진행된 공기업 대상 감사 도중 증권예탁결제원 사장은 사표를 냈다. 이 회사 직원들이 공무원을 상대로 부당한 접대를 하고 임금을 편법 인상했으며 경비를 과다 집행한 것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기 때문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증권예탁결제원은 경영상 흑자를 내고 있었지만 예산을 방만하게 집행해 사장이 책임지고 물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사안이 심각할 경우 현장 감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사장이 사표를 내기도 한다. 상반기 감사 때 사표를 제출한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 사장이 이에 해당한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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