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는 길’ ‘카운터페이터’ 전쟁영화 2편 잇달아 개봉

  • 입력 2008년 6월 24일 03시 01분


“난 전쟁놀이가 싫어”

‘적벽대전: 거대한 전쟁의 시작’처럼 화려한 영상과 스타 배우로 치장한 전쟁영화는 때로 전쟁의 참혹함을 잊게 만든다. 마침 전쟁으로 희생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묵직하게 그려낸 영화 두 편이 차례로 공개된다.

19일 개봉한 ‘학교 가는 길’의 배경은 탈레반 반군과 미군 간의 분쟁이 계속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선혈 낭자한 전투 장면은 없다. 하지만 여섯 살 소녀의 티 없는 눈망울 속에 꾹꾹 눌러 새긴 전쟁의 흔적은 그지없이 잔인하고 비참하다.

글을 읽을 줄 아는 이웃집 소년을 부러워하는 소녀 박타이. 엄마 몰래 계란을 팔아 노트를 사서 무작정 학교를 찾아간다. 하지만 느닷없이 길을 막는 소년들의 전쟁놀이는 귀여운 박타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관객의 가슴을 사정없이 후려친다.

“나는 전쟁놀이가 싫어…. 학교 가야 해…. 보내 줘….”

울먹이는 박타이의 호소는 나무막대 총을 든 소년들의 귀에 무의미한 환청에 불과할 뿐이다. 증오의 대상이 필요한 전쟁놀이에서 박타이가 학교에 가는 까닭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전쟁이 사람의 마음에 과연 무엇을 남기는가’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7월 3일 개봉하는 ‘카운터페이터’의 주인공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아우슈비츠로 끌려간 유대인 지폐위조범. ‘쉰들러 리스트’(1993년)나 ‘인생은 아름다워’(1997년)와 달리 감정을 배제한 시선으로 담담하게 관찰한 이야기다.

일상에서 소중히 여겼던 가치관이 극한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얼마나 쉽게 내팽개쳐지는지. 전쟁에서 살아남은 사람에게 어떤 삶이 주어지는지. 세련된 영상에 담긴 물음이 가볍지 않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