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치 잡는 사람들, 그 7일간의 기록

  • 입력 2008년 6월 19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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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극한 직업’(오후 10시 40분)=제주 어민들의 갈치 조업 과정을 소개한 ‘갈치잡이-2부’가 방송된다. 예측할 수 없는 풍랑 속에서 하루 20시간 넘게 조업하는 어민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사전 준비를 마친 29t급 선박 해광호가 제주 앞바다로 나섰다. 길이 51km의 어장에 그물을 던지는 데만 3시간이 걸린다. 출항 이틀째, 짙은 안개로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다. 레이더가 없는 소형 선박들과 충돌할 수 있어 선장은 극도로 긴장한다.

서너 시간 눈을 붙이고 일어난 선원들은 졸음과 싸우며 그물을 던진다. 날카로운 바늘에 손을 다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투망 작업을 마친 선원들은 제 시간에 일어나지 못할까봐 어선 바닥에서 조각 잠을 청한다.

4m 이상의 높은 파도가 일어 풍랑주의보가 발효됐다. 일기가 나쁘면 작업 속도가 더뎌진다. 비까지 오는 상황에서 선원들은 묵묵히 작업을 계속하지만 갈치가 잘 잡히지 않는다.

출항 나흘째, 날씨가 맑게 갰다. 밤새 긴장했던 선장은 기관장에게 잠시 조타실을 맡기고 휴식을 취한다. 갈치도 제법 많이 올라온다. 해광호는 잡은 갈치를 육지로 돌아가는 남진호로 옮겨 싣는다. 싱싱할 때 팔아야 제값을 받는다. 잡은 갈치는 머리와 배 쪽 연한 부분에 얼음을 채워놓아야 선도가 유지된다.

갈치를 냉장창고에 보관하고 난 뒤, 잠깐의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선원인 김필수 씨는 참외를 깎아 중국인 선원에게 건넨다. 기름값 폭등에 관한 대화도 나눈다. 선원들은 동료애로 고된 바다 생활을 견뎌낸다.

출항 7일째, 해광호는 제주도 서귀포항으로 귀항한다. 갈치가 적게 잡혀 선장과 선원들의 표정이 어둡다. 선장은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곧바로 출항하기로 결정하고, 가족과의 오붓한 시간을 꿈꿨던 선원들은 실망이 크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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