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균의 21C 必聽음악실]멜로디 귀에 ‘착’…인디록 입문서

  • 입력 2008년 5월 1일 08시 07분


뛰어난 멜로디 메이커 이석원이 이끄는 밴드 언니네이발관은 인디록 필드의 슈퍼스타다.

인디 음악은 뮤지션의 강한 자의식이 빚어내는 실험성으로 인해 대중들에게는 여전히 다소 불편한 음악으로 인식되고 있다.

물론 최근에는 ‘커피프린스 1호점’같은 인기 드라마 배경음악으로 사용되는 등 대중과의 간극을 좁혀가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음악이라는 선입견이 강하다.

그럼 언니네이발관이 인디계의 리더가 된 것은 음악이 다른 인디 뮤지션보다 더 실험적이고 기괴해서일까. 아니다. 언니네이발관을 인디의 영토 서울 홍익대 부근 클럽의 최고 인기 그룹으로 만든 요인은 무엇보다도 유려한 멜로디에 있다. 대중가요만 듣던 음악 팬이 들어도 귀에 착 붙는 멜로디는 수많은 팬을 만들어냈다.

언니네이발관이 2002년 발표한 ‘꿈의 팝송’은 세 번째 음반이다. 96년 ‘비둘기는 하늘의 쥐’라는 데뷔 음반부터 인디 팬들의 큰 호응을 받았고 98년 2집 ‘후일담’을 거쳐 내놓은 음반이다. 가치 평가에 개인차가 있을 수는 있지만 이들의 모든 음반은 평자들에 의해 ‘필청’으로 꼽히고 있다.

언니네이발관의 음악은 ‘기타-멜로디-팝 같은 록’으로 요약할 수 있다. 기타를 전면에 내세운 사운드가 특징이고, 앞서 언급했듯 멜로디 라인이 뛰어나 대중들이 듣기에도 부담이 없다. 록이지만 따뜻한 감성과 서정성이 담긴 연주와 멜로디도 접근을 용이하게 만든다. 인디 영역에서는 두드러지는 세련된 편곡도 강점이다.

‘꿈의 팝송’에서는 기존의 기타 위주의 진행에 키보드를 전면에 내세우는 새로움도 있지만 여전히 멜로디는 귀에 잘 들어온다. 곡에 따라 다양한 기타 사운드를 들려주는 데서 오는 재미도 있다.

대중적 감성이 가장 강한 1, 2번 수록곡 ‘헤븐(단 한 번의 사랑)’ ‘나를 잊었나요’를 시작으로 전반적으로 듣기에 부담없고 흥겹다. ‘괜찮아’ ‘울면서 달리기’ ‘2002년의 시간들’ 등 다른 수록곡들도 인디록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입문서로 괜찮은 곡들이다. ‘꿈의 팝송’은 언니네이발관을 확실한 인디계의 슈퍼스타로 올려놓은 음반이다. 앨범 발매 당시 1만 장이 넘는 초도 물량이 일주일도 안돼 매진되는 등 웬만한 주류 가요 스타 부럽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이후 언니네이발관은 한국에서는 극히 보기 드문 ‘월급제 가수’가 됐다. ‘꿈의 팝송’의 성공, 꾸준한 관객의 공연 등 인디로는 ‘대박’이지만 주류 가요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매출이 낳은 독특한 형태의 보상 체계였다. 그렇다고 넉넉한 액수는 아니었으니 인디계 고참 인기 그룹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 지점이 이 정도라는 사실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youngkch@hanmail.net

최 영 균

스포츠지 대중문화 전문기자로 6년간 음악·영화에서 열정을 불태운 몽상가.

지금은 ‘킬러 콘텐츠’를 만든다며 매일 밤 담배와 커피를 벗삼아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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