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에 쥔 대본인데 어색하지 않았어요”

  • 입력 2008년 4월 1일 02시 53분


■ 공백 깨고 돌아온 ‘사랑과 야망’의 차화연

“참 이상해요. 대본을 20년 만에 쥐었는데 어색하지 않았어요. 마치 20년을 1년 만에 건너뛴 것처럼. 주부로 살아온 인생도 공부였구나, 그게 연기에 녹아드는 게 아닐까 싶어요.”

스물일곱 ‘미자’는 마흔여덟 ‘애자언니 민자’가 되어 돌아왔다. 1987년 드라마 ‘사랑과 야망’에서 미자 역을 맡았던 배우 차화연이 21일부터 SBS에서 월∼금 오후 7시 20분에 방영되는 ‘애자언니 민자’(극본 윤정건·연출 곽영범)로 컴백한다.

‘애자언니 민자’에서 민자는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사고뭉치 시동생(윤다훈)과 철없는 친동생 애자(이응경)의 운명을 떠안고 살아가는 주인공. 이덕화가 애자의 남편 역을 맡았으며 그의 딸 이지현이 민자 딸인 채린 역을 맡았다.

그는 31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3층에서 ‘애프터 트웬티’라는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촬영장에 가면 후배들이 나보고 ‘선생님, 선생님’ 하더라”며 “어색하다 못해 거북하다. 벌써 그런 나이가 됐나 싶다”고 말했다.

20년 만에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나온 그의 외모는 주름이 약간 는 것만 빼면 변하지 않은 듯했다. 그는 “비결은 번데기를 꾸준히 먹은 것”이라며 웃었다. “요즘 후배들은 연기도 잘하고 다 예뻐요. 저희 땐 S라인 배우들도 없었는데….”

1978년 TBC 20기 탤런트로 데뷔한 그는 1988년 결혼한 뒤 평범한 주부로 살아왔다. 그는 “‘사랑과 야망’을 찍을 때 밤샘 촬영이 계속되자 ‘참 이상한 직업이 다 있다’며 남편이 반대했고 나도 좀 쉬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녀들을 미국으로 유학 보낸 뒤 지난해 9월부터 배우로서 ‘인생의 후반전’을 보내자고 결심했다고.

“아이들이 품을 떠나니 엄마라는 존재는 설 자리가 없더라고요. 4개월 동안 남편을 설득했어요. ‘사추기 여자의 심정을 아느냐, 곧 갱년기가 올 텐데 일을 통해 나를 찾고 싶다’고. 아직도 남편은 100% 찬성하지 않지만 속으로는 축하해 주고 있을 거예요.”

특히 그는 2006년 리메이크된 ‘사랑과 야망’을 보며 가족 몰래 미자의 대사를 연습했다고 털어놓았다. 영화도 연극도 해보고 싶다는 그는 역할 모델로 나문희를 꼽았다.

“배우로서 다시 해볼까 결심했을 때 나문희 선생님을 보고 나도 망가지는 역할이 오면 잘 해내야지 했어요. 조연이라도 좋아요. 이제 스타가 될 나이도 아니고 연기력으로 인정받아야 할 나이가 됐으니까요.”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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