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뒷담화 까발려 깜짝” “다 아는 얘긴데요, 뭘”

  • 입력 2008년 3월 11일 02시 54분


《9일 오후 7시 경기 고양시 탄현 SBS 일산제작센터 G스튜디오. 슬리퍼를 신은 감독과 운동화 차림의 작가가 극중 배우 오승아(김하늘)의 집에서 매니저 장기준(이범수)이 계약서 쓰는 장면을 모니터로 지켜보고 있다. “김 작가, 저 볼펜 요즘도 200원에 살 수 있나요?” “예전에 200원에 사던 기억이 있어서…. 틀리면 사과 방송 해야겠네요.”(웃음) 이들은 5일 처음 방영한 SBS ‘온에어’의 신우철 PD와 김은숙 작가. ‘파리의 연인’(2004년)을 비롯해 ‘프라하의 연인’(2005년) ‘연인’(2006년) 등 일명 ‘연인 시리즈’를 히트시킨 콤비다. 말랑말랑한 로맨스를 다루던 이들이 이번엔 드라마의 냉혹한 뒷얘기를 다룬 드라마를 들고 돌아왔다. 》

드라마 ‘온에어’ 신우철 PD-김은숙 작가

연기상 나눠먹기 - 재벌가 성상납 등 다뤄 화제

“다수가 웃고 우는 국민 드라마 만들자 의기투합”

방영 초반부터 여배우의 재벌가 성 상납, 노예 계약, 연기대상 나눠 먹기 등 방송계 추문들을 소재로 해 화제를 낳고 있다. 이런 스캔들을 다룬 대사를 놓고 신 PD와 김 작가의 이야기를 들었다.

―“진 사장님, 대상에 공동이 어디 있어. 이게 개근상이야? 선행상이야? 어떻게 연기대상을 공동으로 받아! 결국 나눠 먹고 떨어져라 이거야.”(1회 오승아가 기획사 사장에게)

▽신=방송사 측으로선 제 얼굴에 침 뱉기일 수 있는데 아무 얘기가 없어 저희도 놀랐죠.

▽김=다 아는 얘기라 쉽다고 생각했는데 수위 조절이 어렵네요. 떠도는 루머들을 정면으로 다루다 보니 기정사실화되는 거 같아요. 벌써부터 오승아가 실제 누구라더라 하는 얘기가 나와요.

▽신=이런 일 겪었던 당사자들은 뜨끔하겠죠. 하지만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에요. 연예계의 ‘뒷담화’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사실은 다른 사람도 다 아는 연예계의 ‘앞 얘기’입니다. 그걸 우리가 처음으로 제대로 다뤘을 뿐이고요.

―“아니야. 감독님이랑 아직 기획 방향도 합의 못했어. 작가랑 감독이 서로 다른 그림을 그리는데 어떻게 배우를 만나.”(2회 서영은 작가가 윤현수 감독에게)

▽김=기획에 들어가면 자는 시간 빼곤 작업실에서 함께 지내요. 촬영 시작하면 드라마처럼 앙숙은 아니지만 한 번 수화기를 붙들면 고성 없는 신경전이 시작되죠.

▽신=‘파리의 연인’ 때부터 싸울 일이 없었어요. ‘초짜’ 작가와 이제 막 시작한 PD가 만났으니까요. 게다가 첫 방송부터 시청률이 그렇게 높게 나왔으니….

▽김=맞아요. 당시 엎어질 드라마를 감독님이 살려냈어요. 그 기획안 재미없다고 감독 5명이 거절했거든요. 우여곡절 끝에 시작해 서로 의지하고 믿을 수밖에 없었죠.

▽신=당시 조연출을 맡고 있던 단막극이 폐지됐어요. 실직 상태에 있는 저를 김 작가가 건져준 셈이죠.

―“작가님은 주로 재벌, 신데렐라, 출생의 비밀, 뭐 그런 거 좋아하시나 봐요?”(2회 오승아가 서영은 작가를 비웃으며)

▽김=이번 드라마는 트렌디 드라마를 주로 해 온 저 자신을 되돌아본다는 의미도 있어요. 중요한 건 제가 이 드라마에서 비판했던 쪽대본, 상투적 내용, 열악한 제작 환경 등 고질병이 이어지면 안 된다는 것이죠.

▽신=어느 정도 품격을 유지하면서 재미있는 드라마를 만들어 왔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어요. 딱 잘라 말하면 첫 번째 기준은 다수가 웃고 눈물 흘릴 수 있는 드라마예요. 드라마는 작품이라기보다 엔터테인먼트라고 생각합니다.

▽김=시청률은 안 나와도 작품성 있는 드라마들도 있죠. 하지만 모든 드라마가 그렇다면 우리 어머니 같은 시골 아줌마는 따라가지 못해요. 과연 어떤 드라마를 지향하는 게 옳은가는 죽을 때까지 가져가야 할 고민이죠. 극중 회당 2000만 원을 받는 ‘흥행 불패 작가’인 서영은도 그렇거든요. 세련되고 깊이 있는 드라마도 좋지만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드라마도 만들고 싶어요.

―“다른 작가 찾아보세요. 저 이번 드라마 안 해요. 저 안 아쉬워요. 서로 하자고 난리라. 그런데 내가 이런 경우 없는 소리까지 하면서 송 감독님과 일하겠어요?”(2회 서 작가가 송 감독에게)

▽김=앞으로도 계속 같이할 건지 질문을 많이 받아요. 감독님만 괜찮으면 전 좋아요. 차기작도 벌써 잡혀 있고요. 작가와 감독이 이렇게 잘 맞는데 남들은 왜 자꾸 바꾸는지 몰라요.

▽신=왜 그런 걸까요. 다들 부지런해서 그런 게 아닐까요. 새 사람 만나면 맞춰야 하고 뭐든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저는 사람 만나는 거 되게 귀찮아요.

▽김=전 귀찮은 거 없어요. 그냥 감독님 연출이 좋아요.(웃음)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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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영대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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