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방송심의위 오락가락”

  • 입력 2007년 12월 1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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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 논란 프로그램 주의조치 일주일 뒤 “없던 일로”

《방송위원회 선거방송심의위원회(위원장 박영상)가 편파 논란이 제기된 지상파 프로그램을 심의하면서 ‘오락가락’ 결정으로 신뢰를 잃고 있다. 선거방송심의위는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11월 22일 방송)과 KBS1 TV 시사기획 ‘쌈’(11월 19일)에 대해 5일 ‘주의’ 조치를 내렸다가 1주일 뒤인 12일 원심 결정을 취소하거나 유보했다. MBC ‘손석희의…’는 에리카 김을 인터뷰하면서 당사자가 범죄인 관련자라는 점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재를 받았으나, 제작진이 재심의를 요청해 원심 취소 결정을 받았다.》

MBC ‘손석희의…’ 재심 위원장 기권 → 표결 번복

KBS ‘쌈’도 방송사 반발에 제재 재심의 하기로

MBC는 6일 방영한 ‘뉴스데스크’에서 ‘시선집중 제재에 각계 비판’이라는 타이틀로 심의위의 제재를 맞받아쳤다.

KBS1 ‘쌈’은 대선 후보들의 선거운동을 내보내면서 이회창 후보에게 불리한 내용을 내보냈다는 이유로 ‘주의’ 조치를 받았으나, 제작진이 반발하자 선거방송심의위가 재심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12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편파방송심의연대(위원장 최홍재)는 13일 성명을 내고 “선거방송심의규정을 들어 ‘주의’ 결정을 했는데도 합당한 이유 없이 결정을 철회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선거방송심의위는 12일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재심의하면서 논란 끝에 표결로 원심 취소 결정을 내렸다.

이 표결 과정에서 박영상 위원장이 기권과 표결을 번복하는 소동을 빚었다. 심의위원 8명이 참가한 이날 심의에서 박 위원장이 당초 기권하고 ‘원심 취소 4 대 원심 유지 3’으로 결정 났으나 의결권인 과반수가 아니라는 이유로 무산됐다. 그러자 원심 취소 측 위원들과 박 위원장 간의 밀고 당기기 끝에 위원장이 기권을 번복하고 원심 취소 측의 손을 들어 줬다. 박 위원장이 오락가락하면서 선거방송심의위의 조치도 오락가락했던 셈이다.

한 위원은 특히 “원심을 취소하려면 그 사유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과정 없이 밀어붙이기만 했다”고 말했다.

선거방송심의위는 KBS1 시사기획 ‘쌈’에 대해서도 “제작진 의견을 들을 필요가 없다”며 곧장 제재 조치를 내렸다가, 해당 방송사가 반발하자 다시 원심 결정을 유보하고 재심의하기로 했다.

유일상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심의위가 처음 결정에 대해 중요한 실수가 있지 않는 한 번복하지 말아야 하는데 상식에 벗어나는 의결 과정”이라며 “선거를 앞두고 방송의 편파성, 형평성 등 예민한 문제로 의결된 사항을 뒤집으면 유권자 판단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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