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포맷’ 팝니다…국가간 ‘프로그램 포맷’ 거래 증가

  • 입력 2007년 10월 22일 20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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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s GO, GO."(가는 거야), "Hey, hey, hey!!!"(야 야 야!!!!)

뉴욕에 사는 회사원 페니(Penny) 씨는 퇴근 후 TV를 킨다. CBS로 채널을 돌리자 한 미국인 개그맨이 기관총처럼 말을 쏟아내며 부산을 떤다. 그 옆 개그맨은 화난 표정을 지으며 버럭 화를 내고 5명의 '비호감' 형 개그맨이 나와 정신없이 자기들끼리 논다.

"뭐 나쁘진 않군." 프로그램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라이센스 코리아 모 방송사'라는 게 눈에 띈다. 케이블로 채널을 돌리자 스튜디오에서 오랜만에 만난 듯한 흑인들이 껴안으며 소리친다. "Welcome friend~"(반갑다 친구야)

●세계 방송계, 포맷에 굶주리다.

멀지 않은 미래에 충분히 일어날만한 일이다. 전 세계 방송 콘텐츠 시장에서 프로그램 형식을 사고파는 '포맷' 저작권 판매가 급속히 늘고 있기 때문. '프로그램 포맷'이란 형식, 진행 방식 등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전체 틀을 말한다. 완전 프로그램을 팔던 국내 방송사들도 최근 들어 포맷 거래에 열을 올리고 있다.

KBS는 동창생을 만나보는 예능 프로그램 '해피투게더 프렌즈' 포맷판매를 미 뉴라인시네마의 TV 파트인 뉴라인TV 등 5,6개 업체와 논의 중이다. 윌리엄 모리스 에이전시 등 저작권 대행업체들과도 쟁반 노래방, 상상플러스, 스펀지 포맷 거래를 진행 중. MBC도 '무한도전' 포맷거래를 뉴욕의 한 메이저 프로덕션과 논의 중이다. 아르헨티나, 멕시코 방송사들과는 드라마 '궁', '커피프린스 1호점' 포맷 판매를 협상 중이다. 내년 2월에는 베트남에 MBC 'vina' 케이블 채널을 만들고 한국 프로그램 포맷에 베트남 배우를 기용할 예정이다.

SBS는 러시아 네트워크 방송사인 CTC-TV와 드라마 '여왕의 조건' 포맷 계약을 협상 중이며 러시아 제작사 A미디어와는 드라마 '쩐의 전쟁' 포맷 구입을 논의 중이다. 90년대 까지만 해도 프로그램 포맷에 대한 개념이 없어 타국 프로그램을 무단으로 도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정식으로 프로그램 포맷을 수입하고 수출한다. 반면 KBS '1 대 100', SBS '솔로몬의 선택' 등은 포맷을 수입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KBS 글로벌전략팀 권오대 PD는 "최근 포맷의 가치를 컨설팅해주는 회사나 BBC월드와이드가 파트너로 참석한 포맷 전문가 육성 아카데미가가 생길 정도로 포맷 거래는 전 세계 방송계 트랜드"라고 말했다. KBS는 이미 '도전 골든벨'을 중국CCTV와 베트남 방송사에 판매했으며 일본 아사히 TV는 올 4월 MBC에서 드라마 '호텔리어' 포맷을 구입해 방영했다.

●새로운 신천지 포맷 시장

포맷 수출은 단순히 아이디어만 빌려 주는 것이 아니다. 직접 작가, 피디 등을 파견해 전체적인 프로그램 컨설팅을 도와준다. 드라마도 리메이크와 포맷 판매는 다르다. SBS 사업본부 콘텐츠 1팀 김영환 씨는 "리메이크는 그냥 보고 우리 식대로 다시 만드는 것이지만 포맷거래는 그 드라마를 똑같은 그림, 음향, 느낌이 나오도록, 즉 같은 퀄리티의 드라마를 만들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 가격은 포맷을 사간 제작사가 자국에서 제작하는 총 제작비 중 10% 정도다.

MBC 박재복 글로벌사업본부 차장은 "각 문화 간 이질감 때문에 유럽과 미국 등 갈수록 포맷수입을 통한 자국화(localization)를 중시한다"며 "포맷수출, 부분 수출 등이 본 프로그램 시장 못지않게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윤종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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