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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3월 26일 16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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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전유성(58)이 삼국지에 ‘구라’를 덧입힌 ‘구라 삼국지’(소담출판사)를 출간했다.
전유성은 26일 서울 광화문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사실 책을 안 쓰려고 했는데 출판사 사장이 하도 부탁을 해서 술김에 하겠다고 대답을 했다”며 “그동안 삼국지에서 궁금했던 것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상사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아랫사람의 처세술이나 윗사람이 왜 아랫사람을 죽이게 됐을까 등에 대한 고민을 심리학자의 답변을 담아 수록했다”고 밝혔다.
전유성은 “방송국에서도 코미디 프로그램 PD가 바뀌면 왜 코너까지 바뀌는지 궁금했다. (삼국지가) 1600~1700년 전을 다루고 있지만 상황은 같다”면서 “역사소설을 보는 건 ‘나 같으면 저랬을 것이다’라는 심리가 담겨 있는 것이고 내 책은 그런 내용(역사적 사실)에 뒷이야기를 붙인 것”이라고 말했다.
‘구라 삼국지’는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과 인물 간의 갈등을 통해 현대인의 처세술을 다루고 있다. 총 10권으로 구성된 ‘구라 삼국지’는 1권 ‘조심하라, 첫인상은 영원하다’, 2권 ‘눈앞에서 진짜임을 증명하려는 건 가짜다’ 등의 부제를 달고 있다. 속을 들여다보면 전유성의 경험이 담긴 구라, 삽화, 사진 등이 푸짐하게 섞여 책장을 넘길수록 삼국지인지 만담인지 구별이 힘들 정도다.
전유성은 정치적으로 미묘한 시기에 책이 발간된 것에 대해 “세월이 흘러도 유효하려면 정치색은 배제되어야 한다”며 “억지로 연결한다면 (정치적) 처세술과 관련이 있겠지만 이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책 제목인 ‘구라’는 “서정범 경희대 명예교수의 책을 보면 일본이 구라파(유럽)에 전쟁에 지면서도 이긴다고 선전해서 나온 듯하다”면서도 “소설가인 이외수 형이 ‘입 구(口)’에 ‘나팔 나(喇)’, ‘입나팔’로 해석해준 걸로 믿고 싶다”고 풀이했다.
이날 전유성은 “두렵다. 왜 이런 짓을 했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부담감을 드러냈다. 4년간의 취재 및 집필 과정에서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고 했다. 책 말머리에 “혀를 자르고 싶은 마음”이라고 쓸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재미있는 삼국지’를 쓰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화려한 말빨을 가진 개그맨,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구라쟁이’의 풍자가 담긴 삼국지를 통해 독자들에게 지혜를 전달하고자 했다. 구라가 섞였지만 뼈가 있는 내용들이다.
한편 전유성은 개그맨으로서 울릉도에 개그 전용 극장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300석 규모에 200석 이상 채우고 6개월 공연하고 6개월은 교육시키는 겁니다. 풍랑 걱정이요? 풍랑이 일수록 갈 곳은 극장밖에 없으니 더 좋죠…. 극장이 생기면 주민이 반 이상 출연해 고용창출도 이끌어야죠. 허허, 삼국지 얘기하다가 딴소리만 했네. 이 책이 그래요. 소설이 아니라 구라라니깐요.”
정기철 스포츠동아 기자 tom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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