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태 “난 거북이처럼 느린 배우”

  • 입력 2007년 3월 15일 16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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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출신인줄 알았더니 무용으로 출발했다. 상업영화 속 신세대 배우인줄만 알았는데 소위 돈 안 되는 단편영화와 연극무대를 오가는 제작자이자 감독이다. 과묵할 줄 알았는데 실없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띄울 줄 아는 유쾌남이다. 이 남자가 누구냐고? 바로 배우 유지태다.

단편영화와 소극장 연극을 제작•지원하는 (주)유무비(有無飛)를 설립해 내달 10일부터 자신이 원안, 제작, 출연하는 두 번째 창작극 '귀신의 집으로 오세요'(연출 이지나•극본 박수진)를 무대에 올리는 유지태.

그는 15일 오전 중구 정동 제일화재 세실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제작비는 투자를 받지 않고 대부분 사비로 마련한다. 상업영화에 출연하는 배우이지만 대안 영화나 소극장 연기로 나 자신을 계발해 나가는 것이 더 가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연극 제작 이유를 전했다.

▲배우 유지태에 대한 오해와 편견

"모델 출신으로 알고 계시지만, 원래 무용을 하면서 아르바이트로 모델을 하다 데뷔했다. 연영과 출신이라 그런지 연극과 영화에 대한 호기심은 항상 갖고 있었다."

길쭉한 외모에서 받은 선입견을 보기 좋게 깬 그는 자신을 '느린 배우'라고 지칭했다.

"난 생각이 많은 만큼 느린 배우다. 큐시트를 놓치고 실수가 많다. 하지만,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라는 영화 제목처럼 조금씩 엉금엉금 착실히 기어가는 내 모습이 스크린과 무대에 비쳐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싱긋 웃어 보였다.

옆자리에 앉아 있던 연출가 이지나 씨는 인간 유지태의 장단점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장점은 나이에 비해 성숙하다는 것이고, 단점은 너무 생각이 많아 스스로를 학대하는 경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에 유지태는 "단편영화나 영화 등 소극장 연극에 자비를 투자할수록 자기 학대가 강해지는 법이다"라고 받아 쳐 좌중을 웃기기도 했다.

이어 "쇼맨십이 강한 배우가 아니지만 극중 '날라리 뽕짝은 내가 다 해야지' 다짐했고, 연극 제목을 '지랄댄스를 추다'로 바꾸려는 생각도 했다. 기존의 무거운 이미지를 벗고 열심히 웃겨 보이겠다"며 굳은 각오를 내비쳤다.

▲배우 유지태의 성장기와 어머니

연극 '귀신의 집으로 오세요'는 흉가를 찾은 2% 부족한 방송 제작팀이 나병에 걸린 딸을 살인까지 감행하며 지켜내는 숭고한 모성애 이야기를 듣게 된다는 줄거리로 각박해진 현대사회에 뜨거운 아가페적 사랑을 되새기게 한다.

유지태는 30년간 노인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본인의 어머니를 생각하며 원안을 썼다.

유지태는 "어머니를 존경한다. 새벽 5시면 일어나 운동을 하시고 병원에 출근해 오후 7시까지 일 하시고 10시에 잠자리에 드는 생활을 30년이나 해오셨다. 특별한 사명의식보다는 그 일이 어머니에게 맞는 일이고, 더불어 남들을 도울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신다. 제가 보기에는 참 잘 나신 분인데 잘난 것이 없다고 말씀하시는 분"이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 만원 지하철에서 좁은 의자 틈에 자신을 끼워 앉히려는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며 연극에 임한다는 그는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유년기 시절, 유독 우울한 기억이 많다고 덧붙였다.

최민식, 고두심, 조재현, 조민기 등 톱스타들의 연극 무대 회귀 분위기에 대해서는 "일회성이라는 비난 보다는 부흥의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라면서 "메릴스트립이 뉴욕에서 무료 연극공연을 하는 것처럼 전체적인 소통의 장이 이뤄지면 좋지 않겠느냐"는 뜻을 전했다.

배우 유지태가 원안, 제작, 출연 등 1인 3역을 맡은 연극 '귀신의 집으로 오세요'는 오는 4월10일부터 5월27일까지 세실극장에 오른다.

이유나 스포츠동아 기자 lyn@donga.com

사진=임진환 스포츠동아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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