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이라도 난 멋진 디바였을 것”…‘드림걸즈’ 비욘세

  • 입력 2007년 2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영화 ‘드림걸즈’(22일 국내 개봉) 촬영이 끝나자마자 비욘세 놀스(26)는 배탈이 났다. ‘신경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시, “아, 정말 행복했어요”라는 말로 기자의 추측을 뒤엎는다.

“생각해 보세요! 먹고 싶은데 못 먹을 때의 고통을…나보다 호리호리한 디나 존스를 연기하기 위해 촬영 내내 팝콘, 도넛 등등을 무시해야만 했죠. 내내 음료만 마시며 살았는데 촬영이 끝난 날, 로렐 역을 맡은 애니카가 딸기 케이크를 선물한 거예요. 너무 반가워서 받자마자 허겁지겁 먹다 보니 배탈이 난 거죠.”

‘S라인’ 몸매를 자랑하는 그녀가 ‘식탐’을 자랑하고 다이어트에 집착하다니 뭐가 부족해서 이러는 걸까. 하지만 마냥 엄살은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영화, 그리고 ‘디나 존스’에 대한 애착이었다. 1997년 여성그룹 ‘데스티니스 차일드’로 데뷔해 올해로 가수 생활 10년째를 맞은 비욘세는 ‘드림걸즈’의 여주인공 디나 존스로 또 다른 국면을 맞이했다. 어렵게 성사된 e메일 인터뷰에서 ‘섹시스타’를 넘어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비욘세의 속내를 들여다보았다.

“감독님(‘시카고’의 빌 콘던)이 ‘데스티니스 차일드’ 공연 때 오셨어요. 난 당연히 내 공연을 보면 디나 존스 역 캐스팅은 자동일 거라 믿었는데 제게 ‘티나 터너 같다’며 오디션에도 부르지 않았죠.”

‘거절’은 곧 ‘오기’가 됐다. ‘데스티니스 차일드’로 빌보드 차트를 누볐고 영화 ‘오스틴파워 3’에도 출연하는 등 ‘톱스타’임을 자부했던 그녀는 디트로이트의 16세 소녀 디나 존스로 분장한 채 초대받지도 않은 오디션에 나타난 것. 이러한 그녀의 열정에 감독도 ‘합격’을 외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후 그녀는 6개월간 연기 수업을 받으며 디나 존스로 살아갔다.

“농구장에 놀러가서도 ‘내가 누구지?’라며 착각한 적이 부지기수였고 녹음실에서 앨범 녹음할 때도 ‘이건 내가 아냐, 연기일 뿐이야’라고 되뇌었죠. 디나 존스에 몰입하다 못해 촬영이 끝난 후에도 비욘세로 돌아오는 데 몇 달은 걸린 것 같아요.”

애정을 넘어 ‘집착’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 이유는 바로 ‘드림걸즈’의 실제 모델인 대선배 가수 다이애나 로스 때문이다. 1960년대를 풍미한 흑인 여가수 다이애나 로스와 그녀가 몸담았던 그룹 ‘슈프림스’에 대해 그녀는 “현재 흑인 여가수들 대부분의 정신적 지주”라며 존경심을 표했다.

그러나 한 멤버에게로 쏠리는 스포트라이트, 그로 인한 멤버들 간의 불화 등 영화 속 내용이 ‘데스티니스 차일드’와 비욘세가 걸어온 길과 맞닿아 있는 것은 아닐까? ‘데스티니스 차일드’ 역시 결성 초기 멤버교체가 잦아 팀 활동이 원활하지 못했다.

“흔히 스타는 외롭다고 하죠. 디나 존스는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을 필요 이상으로 겪은 인물인 반면 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는 철저하거든요. 나에 대한 말 중 뭐가 진심인지, 뭐가 아부인지도 구별할 줄 알고 진실한 친구를 곁에 두는 법도 알아요.”

21세기 ‘섹시스타’인 그녀가 40여 년을 거슬러 올라가기란 쉽지 않았다. 영화 촬영 내내 ‘내가 만약 1960년대에 활동했다면…’이란 가정을 잃지 않았다는 그녀는 “1960년대 여성들은 절제돼 있으면서도 관능적이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그때 활동했다 하더라도 난 그 시대를 대표하는 멋진 가수가 됐을 것”이라며 자신감도 잃지 않았다.

‘크레이지 인 러브’를 부르며 엉덩이를 실룩거렸던 그녀는 가수로서도 달라졌다.

지난해 발표한 2집 수록곡 ‘이레플레이서블’이 빌보드 싱글차트 10주 연속 1위를 차지했고 ‘드림걸즈’ 주제가 ‘리슨’으로 빌보드 앨범차트 1위에 오르는 등 ‘발라드 가수’로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섹시함’을 버려도 성공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 다 “열정이 넘치기 때문”이란다.

“자신감을 가지고 나를 사랑할 때 가장 섹시하게 보이는 것 같아요. ‘섹시하다’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내 몸에선 긍정의 힘이 솟아요. 그렇게 무대에서 열심히 노래하다 보면…언젠가 ‘데스티니스 차일드’나 비욘세를 주제로 한 ‘드림걸즈 2’가 나올지도 모르죠.”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