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되살려라” 늙은 영웅들의 귀환

  • 입력 2007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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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링에 서고 싶어. 인생을 성공적으로 사는 것보다 얼마나 치열하게 사는지가 더 중요해.”(록키)

“나이가 너무 많다”는 극 중 아들(밀로 벤티미글리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노장 복서는 다시 권투 글러브를 꼈다. 피투성이인 채로 아내 ‘에드리안’을 외쳤던 30년 전 영웅 록키, 그는 여전히 새로운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빠밤빠….” 귀에 익은 트럼펫 테마송 ‘고너 플라이 나우’가 지난해 12월 미국에 다시 울려 퍼졌다. ‘록키6-록키 발보아’는 1990년 ‘록키5’ 이후 16년 만에 개봉된 록키 시리즈로 록키와 배우 실베스터 스탤론(61)의 건재함을 알리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람보, 존 매클레인(브루스 윌리스·52), 인디아나 존스(해리슨 포드·65) 등 1970, 80년대 미국 할리우드 영웅들의 귀환이 대세다. 과연 한번 영웅은 영원한 영웅이 될 수 있을까.

▼WHO▼

○ 록키 이어 인디아나 존스-람보-다이하드 잇단 개봉

16년 만에 컴백한 록키는 배우 실베스터 스탤론의 컴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6년 ‘록키1’을 통해 무명의 설움을 씻었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 감독, 주연, 각본까지 맡는 등 애정을 쏟았다. 환갑을 넘겼지만 ‘제2의 전성기’를 선언한 듯 자신이 출연한 또 다른 작품 ‘람보’도 부활시켰다. 올해 초 촬영을 시작해 연말 개봉을 목표로 하는 ‘람보4’는 1988년 3편 이후 19년 만에 부활하는 셈이다.

‘찢어진 러닝셔츠’가 인상적이었던 ‘다이하드’의 영웅 존 매클레인도 50대 중년이 돼 돌아왔다. 6월 28일 개봉 예정인 ‘다이하드4-리브 프리오어 다이 하드’는 1995년 ‘다이하드3’ 이후 12년 만이다. 고고학자 인디아나 존스의 컴백도 눈에 띈다. 1989년 ‘인디아나 존스3-마지막 성전’ 이후 19년 만에 돌아오는 인디아나 존스(2008년 개봉)에는 해리슨 포드(주연)-스티븐 스필버그(감독)-조지 루커스(제작) 등 원년 멤버가 그대로 컴백할 예정이다.

▼HOW▼

○ 힙합곡 삽입-인터넷 소재로 젊은 세대 감성에 맞춰

1970, 80년대 할리우드 영웅들은 기존의 아날로그 감성 위에 디지털적 요소를 덧입혔다. ‘돌쇠’ 같은 이미지였던 록키는 ‘록키 발보아’에서 꿈을 이루려는 ‘쿨’한 중년 남성으로 거듭났다. 여기에 힙합 그룹 ‘스리 6 마피아’의 랩 곡이 삽입되거나 장면 전환이 다소 빨리 이루어지는 등 기존 록키 시리즈에서 볼 수 없던 감각적인 부분을 엿볼 수 있다.

‘록키 발보아’의 마케팅을 맡고 있는 영화사 ‘숲’의 임희원 차장은 “애초 30대 남성을 타깃으로 잡았으나 시사회 설문조사 결과 10대에게 가장 호응도가 높았다”며 “2000석 규모의 시사회를 젊은층을 대상으로 1만5000석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행기나 건물을 파괴하려는 테러리스트와 맞서 싸우던 ‘다이하드’의 존 매클레인도 이제 무작정 몸을 날리진 않는다. ‘다이하드4’에서 그는 미국 정부의 컴퓨터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인터넷 테러리스트와의 두뇌싸움을 앞두고 있다.

▼WHY▼

○ “과거영웅 부활시키려는 의도 반영”

할리우드 영웅들의 동반 귀환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영화평론가 강유정 씨는 “과거 영웅들의 리메이크로 ‘할리우드 영웅전’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미국 영화계의 꿈이 반영된 것”이라며 “‘반지의 제왕’ ‘미션 임파서블’ 등 블록버스터도 이렇다 할 영웅이라 내세울 게 없어 과거 영웅들을 부활시켜 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영웅 귀환=흥행 보증’ 공식이 반드시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 화제를 모았던 ‘록키 발보아’는 지난해 말 미국 개봉 당시 ‘박물관이 살아있다’에 밀려 3위에 그쳤다. 현재 영화 관객의 주를 이루는 10, 20대 디지털 세대는 영웅에게 기댄 휴먼 스토리보다 영화 ‘X맨’의 주인공 같은 게임 속 가상인물에 더 흥미를 보인다. 영화평론가 김봉석 씨는 “영웅이 혼자 문제를 다 해결하는 뻔한 방식으로는 중년 팬들의 ‘추억 상품’으로밖에 평가받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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