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오상진 “사람 냄새 없는 방송은 금방 질리죠”

  • 입력 2006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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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 너무 큰 거 아냐?”(김성주)

“무릎 굽혀서 낮출까요?”(오상진)

“얼굴 크게 나오니, 앞으로 나와.”(김)

김성주(34), 오상진(26) 두 아나운서의 신경전은 사진 촬영 때부터 팽팽하다. 최근 MBC 오락프로그램 ‘황금어장’(수 오후 11시 5분)에서 “너 때문에 (섭외가) 들어올 프로그램도 안 와”(김) “선배가 선배다워야 선배지”(오)라며 대본에도 없던 말싸움을 벌인 게 장난만은 아닌 듯하다.》

MBC 공채 아나운서로 6년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뉴스 진행자’라는 기존 아나운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아나테이너’(아나운서+엔터테이너)로 나서면서 인기 검색 순위의 상위권을 다투고 있다. 여러 예능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이들은 ‘황금어장’에서 ‘망가지는’ 개그 연기까지 선보였다. 이들에게 탈바꿈의 변을 들었다.

● “‘끼’와 신뢰, 겸비해야 살아남는다”

“쉽게 갈 수 없는 길이어서 외로웠는데 상진이가 와서 든든해요. 라이벌 의식이 생겨 자극도 됩니다.”(김)

“‘황금어장’을 녹화하면서 선배의 ‘끼’가 남다른 것을 보고 부러웠어요.”(오)

김 아나운서는 ‘일요일 일요일 밤에’ ‘불만제로’ 등 4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친근한 이미지를 내세워 ‘예능 MC’로 자리 잡았다. ‘섹션TV 연예통신’ ‘말달리자’에 출연하는 오 아나운서는 ‘꽃미남’으로 불리는데 그의 팬카페에는 회원만 2800명이 넘는다.

“뉴스는 현장감이 뛰어난 기자 출신 앵커가, 예능 프로그램은 재치 넘치는 연예인이 진행을 맡으면서 아나운서는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죠. 돌파구가 절실합니다.”(김)

두 사람은 앞으로 아나운서가 “신뢰와 ‘끼’를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인터넷에 온갖 정보가 떠돌고 있어 시청자들은 “재미는 없고 똑똑하기만 한 진행자의 일방적인 정보 전달에 귀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입사 전엔 뉴스 리포팅 연습만 했는데, 현실은 달랐어요. 정확한 전달력을 기반으로 재치와 웃음을 겸비한 진행이 아나운서의 새 역할이라고 봅니다.”(오)

● “외모는 팁, 사람 냄새가 방송의 조건”

김 아나운서는 MBC에 들어오기 전, 케이블TV에서 스포츠 캐스터로 방송인 생활을 시작했다. 외환위기로 회사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월급 30만 원을 받던 그는 1000만 원의 빚을 지기도 했다. 일할 사람이 없어 혼자 종일 스포츠 중계를 하기도 했다.

“우리 회사 살려 달라는 전단을 광화문 앞에서 나눠 주다가 인근 신문사 기자인 누나와 맞닥뜨렸어요. 죽고 싶었습니다.”

그는 당시 ‘배고팠던’ 방송 경험이 “지금 큰 밑천이 된다”고 말했다. 입사하자마자 외모로 주목받은 오 아나운서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물었다.

“어쩌다 이 녀석이랑 엮여서…(웃음) 외모도 중요하지만, 사람 냄새가 없는 아나운서는 금방 질리게 마련이니 늘 신입다운 열정을 간직하길 바랍니다.”

오 아나운서는 “‘외모만 반반하다’는 말이 듣기 싫어 이를 악물고 공부했고 헬스나 축구 등 운동으로 체력을 다졌다”고 말했다. 그래도 아침에 거울을 보면 “자식, 자∼알생겼는데”라고 혼잣말을 하기도 한다고 하자, 김 아나운서가 “아우∼씨, 진짜!”라며 쥐어박는 시늉을 했다.

인터뷰를 마칠 때쯤, 오 아나운서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조용필의 1985년 히트곡 ‘킬리만자로의 표범’의 첫 구절인 “바∼람처럼 왔다가∼”라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선물로 받은 벨소리인데 주위 반응이 재미있어 바꾸지 않고 있죠.”(오) “자기 나이만큼이나 묵은 노래를 벨소리로 하다니, 이렇게 튀려는 자세가 바로 끼입니다.”(김)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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