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연주 KBS’가 그렇게 절실했나

  • 입력 2006년 11월 10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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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사회가 어제 KBS 새 사장으로 정연주 전 사장을 임명제청했다. 현 정권이 공영방송을 정권 유지와 선거운동을 위한 도구로 삼겠다고 노골적으로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인선은 국민을 우롱한 사기극이다. 정 씨는 6월 말로 사장 임기가 끝났는데도 88일 동안 자리에 눌러앉아 경영권을 행사했다. 그러다가 9월 돌연 “백의종군하겠다”며 사표를 내고 사장 공모에 지원했다. 정권과의 교감 없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재임 기간 중 최악의 경영성적표에다 코드 방송, 자진 삭감했던 임금 돌려받기, 취득세 탈루 등으로 무능과 부도덕성을 드러낸 그는 애당초 공영방송의 장을 맡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친(親)정권 인사들이 다수 포진한 KBS 이사회는 그를 사장에 다시 앉히기 위해 눈속임을 서슴지 않았다.

KBS 직원의 82%가 그의 재임명을 반대하자 이사회는 직원 의사를 반영하겠다며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라는 것을 만들었으나 형식 절차에 지나지 않았다. 이사회는 13명의 후보 가운데 5명을 뽑아달라고 사추위에 요청했다. 공공기관 사장 공모에서 ‘5배수 추천’은 금시초문이다. 게다가 ‘평가점수 미공개’ 원칙까지 내세웠다.

이에 반발해 추천위원들이 사퇴하자 이사회는 기다렸다는 듯이 직접 선출을 강행했다. ‘정권의 시녀’를 자청한 것이다. 야당 국회의원이 정 사장의 청와대 출입기록을 요구하자 청와대는 ‘사생활’이라며 거부했다. 대통령과 공영방송 사장 간의 ‘거래’를 밝히기 싫어서임을 모를 사람은 없다.

어제 KBS 직원들은 강경 대응을 선언했고 한나라당 추천 케이스 이사 2명은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은 ‘정연주 카드’를 거둬들여 공영방송의 시계를 바로 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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