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깔나는 대사로 수컷냄새 살렸죠…‘거룩한 계보’ 장진 감독

  • 입력 2006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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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승 기자
이종승 기자
사진 제공 KnJ엔터테인먼트
사진 제공 KnJ엔터테인먼트
○ 배우 정재영, ‘내가 쓴 말’ 가장 잘 표현

장진이 돌아왔다. ‘장진 스타일’ ‘장진 식 코미디’로 타고난 이야기꾼으로 평가받는 그다. 작년 ‘웰컴투 동막골’(기획, 제작) ‘박수칠 때 떠나라’(감독)의 성공 뒤 내놓은 신작은 전라도 조폭들의 진하다 못해 ‘찐득’한 우정 이야기, ‘거룩한 계보’(19일 개봉, 15세 이상). 비장한 누아르에 재치 있는 유머를 섞었다.

조폭 동치성(정재영)은 조직의 일로 감옥에 가고 그곳에서 어린 시절 친구인 정순탄(류승룡)을 만난다. 그러나 조직은 그를 배신하고 치성은 순탄과 함께 탈옥한다. 조직에 남아 일하던 친구 김주중(정준호)은 어쩔 수 없이 그들과 맞닥뜨린다.

서울 대학로에서 10일 장 감독을 만났다.

―왜 ‘전라도 남자’인가.

“난 서울 놈인데, 아버지 어머니가 다 전라도다. 꼭 전라도라기보단 ‘대도시스럽지’ 않은 남자이야기가 하고 싶었다. 투박하고 세고, 진한 수컷 냄새가 팍팍 나는 남자들.”

(전라도 남자들의 우정 이야기, 혹자는 ‘친구’의 전라도 버전이라 평했다.)

―마초적인 남성 영화다. ‘남자들만의 우정’이라는 게 있나.

“‘여자들만의 감수성’이라는 말과 비슷하다. 사실 차이는 없지만 의리나 우정 같은 건 여자보단 남자가 자랑하기 좋은 항목이라는 거지. 그렇지만 친구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밤새도록 들어주는 게 여자의 우정이라면 ‘어떤 놈이야? 너 잠깐 있어봐’ 하는 게 남자다.”

―‘아는 여자’에서 정재영이 연기한 야구선수가 동치성이었는데 정재영이 또 조폭 동치성이다. 그 밖에도 나온 이름, 나온 배우가 계속 나온다.

“그 이름하고도 인제 헤어져야지. 자식 같아서 일단 이름을 한 번 지어 놓으면 그냥 데리고 다닌다. 쓰는 배우만 쓴다고 하는데 사실 내 작품들이 다 ‘대화’에 기대고 있고 내가 쓴 말을 가장 맛깔스럽게 표현하는 배우 중 하나가 정재영이다.”

(연극 무대에서 내공을 쌓은 조연들의 연기는 탄탄하고 특히 정순탄 역의 류승룡이 눈길을 끈다. 몇 년 전부터 장 감독이 “쟤, 두고 봐라” 했단다.)

○ 대사 만들려 머리 쥐어짜지는 않아

―특유의 ‘대사발’은 여전하다. 엉뚱하지만 웃기고 때로는 가슴을 찌르고.

“대사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지 않는다. 어떤 캐릭터를 만드느냐의 문제다. 그 캐릭터를 이야기 속에 던져 넣으면 그 상황에서 그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은 당연한 거다.”

―조폭이나 범죄자들을 너무 의리 있고 멋있는 존재로 그린 것 아닌지.

“누아르는 원래 그런 장르다. 범죄를 소재로 일반인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것을 보여 줘 대리만족을 느끼게 하는. 미화가 아니라 그들은 삶의 문제를 주먹으로밖에 해결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장진 스타일’이란 게 도대체 뭔가.

“언론에서 만든 말이다. 내가 어릴 때부터 시작해서 남들과 좀 다르게 했고 크게 박살은 안 났기 때문에 좋게 평가해서 하는 말이라 생각한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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