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플라이 대디’ 이준기 “내 안에 공길 없다”

  • 입력 2006년 7월 27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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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ene #1… 공길, 크로스섹슈얼, 그리고 허상

여자보다 더 예쁜 남자, 크로스 섹슈얼 등 2006년 문화 트렌드 속에는 그가 우뚝 서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어에 ‘이’만 쳐도 ‘이준기’가 딸려 나오는 세상. 사람들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가지고 “그가 세상을 바꿨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내가 많이 바뀌었다”며 웃는다.

“최근 제 평생 해도 모자랄 인터뷰를 한 것 같아요. ‘게이’ 소리까지 들을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고…. 하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영화배우로서는 아직도 ‘레벨 0’에 머물고 있으니….”

조연에서 한국 영화 역대 1위작의 주연 배우로 몸값을 높인 배우 이준기(24)에게 무엇보다 시급한 건 영화 ‘왕의 남자’의 ‘공길’을 지우는 일이었다. 다음 달 3일 개봉하는 영화 ‘플라이 대디’ 촬영을 끝낸 그가 요즘 잠을 설치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선배님들은 ‘넌 뭘 해도 공길인 것 같아’ ‘넌 앞으로 깨질 일만 남았다’라고 말하시고…. 제가 생각한 것보다 제 안에는 더 많은 허상이 들어 있었나 봐요.”

‘플라이 대디’ 섭외는 ‘왕의 남자’ 개봉 전부터 진행됐다. 하지만 남성적인 캐릭터 ‘고승석’ 역은 주어지지 않았고 선배 배우 이문식이 출연한다는 소식에 그는 죽기 살기로 매달렸다. 감독은 그의 당찬 모습에 일단 역을 맡겼다. ‘왕의 남자’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하고 그의 인기가 상한가를 치자 ‘플라이 대디’는 그 후 ‘이준기의 차기작’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도 그는 남자 배우와 짝을 이뤘다. 여자배우 복도 없다.

“하하, 전혀 아니고요 다만 지금 인기를 등에 업고 주연을 꿰고 싶진 않아서 그래요. 아직은 남자 선배님들 옆에서 연기를 다져야 할 때라 또래 여자 배우들과의 연기는 미루고 싶어요.”

● Scene #2… 승석, 남성성, 그리고 이준기

재일교포 작가 가네시로 가즈키(金城一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플라이 대디’는 소심한 회사원 장가필(이문식)이 노래방에서 성추행을 당한 딸을 위해 복수를 하는 내용이다. 주먹하나 제대로 쓰지 못하는 그가 ‘사부’ 고승석을 만나 강해지는 과정이 이 영화의 핵심. ‘사부’를 맡은 이상 그도 더는 아리따운 남자로 머물 순 없었다.

“암벽 등반도 하고 권투 글러브도 껴봤는데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암벽 등반이 두려웠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어려웠던 것은 내면연기였죠. 승석이는 4차원적인 사람이에요. 사람들과 대화도 않고 책만 읽고 생각을 정립해 나가는. 그래서 자기주장도 강하죠. 다른 건 모르지만 그 부분은 저와 비슷한 것 같아요.”

그러나 그가 영화 속에서 ‘체 게바라 평전’이나 ‘아리랑’ 같은 책을 읽으며 “내가 사는 세계는 달라”라고 말하는 부분은 다소 어색하다. “급조된 영웅 같다”고 말하니 “책을 다 읽고 나니 어색한 것도 없다”며 받아쳤다. 그의 웃음이 자신만만한 듯 들렸다.

“팬도 많지만 ‘싫증난다’, ‘재수 없다’라고 하는 안티들도 많죠. 다만 욕심이 있다면 이번만큼은 저, 아니 승석이가 남성 관객들에게도 인정을 받았으면 해요. 남자들의 ‘로망’을 긁어줄 수 있는….”

자,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공길에서 승석으로의 변화가 성공할지, 그의 인기가 거품이 아님을 증명할 수 있을지 시험대 위에 올랐다.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그의 목소리는 커졌고 굵어졌다. 공길을 지우기 위한 그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것인가? “열정만큼은 선배인 나도 못 따라간다”고 말하는 파트너 이문식의 말, 거짓은 아닌 듯했다.

“배우에게 가장 중요한 건 믿음인 것 같아요. 20년 후 내가 중년이 돼도 바라는 건 오로지 하나, 지금의 열정이 식지 않길 바라는 것뿐이에요. 내가 열심히 하는 한 당당한 배우, 아니 그 근처라도 도달할 수 있겠죠.”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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