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손석희 ‘난닝구-빽바지 보도’ 설전

  • 입력 2005년 6월 1일 11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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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닝구-빽바지 보도한 언론에 문제가 있다.” “없는 소리 한 것도 아닌데 언론 탓이라고? 그건 피해의식이다.”

유시민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은 1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른바 ‘난닝구-빽바지 논쟁’의 실체를 놓고 진행자 손석희 아나운서국장과 설전을 벌였다.

먼저 유 위원은 “개혁과 실용의 논쟁이라는 것은 원래 존재하지도 않던 현상을 가상적으로 만들어낸 것에 불과하다”며 “원래부터가 그런 논쟁은 있지도 않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진행자 손 국장은 “개혁과 실용의 논쟁이 있었다는 것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문제”라며 “문희상 의장 쪽에서는 계속 그런 얘기를 계속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유 위원은 “난닝구-빽바지 논쟁은 홈페이지에서 당원들끼리 주고받은 것인데 그걸 정치인들이 기자들한테 얘기한 것이 문제”라며 “25만 명의 당원 중에 10명이 논란을 주고받았다고 해서 그걸 보도하는 자체가 우스운 일”이라고 언론을 겨냥했다.

손 국장은 “당의 홈페이지도 당의 여러 가지 기능 중에 하나”라며 “거기서 나오는 얘기를 언론이 보도하고 그것이 세간에 알려지는 건 당연한 메커니즘”이라고 반박했다.

손 국장은 이어 “대부분의 경우에 ‘언론이 그런 것을 잘못 보도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언론에 대한 피해의식이라든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자 유 위원은 “잘못 보도했다는 게 아니라 경중을 가리지 않고 보도했다고 말했다”고 정정하고 “감정적 용어가 튀어나오면 바로 헤드라인으로 뜨는 게 언론의 문제라는 것이지, 언론 탓만 한건 아니다”고 한발 물러섰다.

손 국장은 “아무튼 그런 문제들은 당에서 얘기가 나오니까 언론이 보도하는 것”이라며 “실용주의를 택한 쪽에서는 그런 논쟁의 실체가 없다고 보지 않는다”고 거듭 주장했다.

유 위원은 “없는 논쟁을 있는 것처럼 함으로써 전략적으로 이용한 측면이 일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누가 논쟁을 이용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알아서 판단하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른바 ‘난닝구’와 ‘빽바지’는 지난 4.2 전당 대회 이후 개혁파(일명 빽바지)와 실용파(일명 난닝구) 당원들 간에 노선 논쟁을 벌이면서 서로를 비하하기 위해 쓴 단어다.

개혁당 출신 당원들은 문희상 의장 등 당내 실용파 의원들을 남성 속옷 상의를 가리키는 속어 ‘난닝구’에 빗대 공격했으며, 실용파 지지그룹은 유시민 위원이 지난해 4월 흰색 면바지를 입고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선 것을 비꼬아 ‘빽바지’로 비난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열린우리당은 난닝구와 빽바지를 ‘금지단어’로 지정해 홈페이지 게시판에 쓸 수 없도록 막아 놓기도 했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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