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명성이냐 사랑이냐 반전이냐…봄맞이 극장가 3파전

  • 입력 2005년 2월 22일 16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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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게이지먼트
인게이지먼트
새봄을 앞둔 2월 말 3월 초의 극장가. 흥행에는 여전히 오스카상의 여진이 가장 큰 변수다. 18일 개봉한 ‘에비에이터’와 ‘사이드웨이’에 이어 25일 선보이는 ‘레이’ ‘네버랜드를 찾아서’, 3월 10일 개봉 예정인 ‘밀리언 달러 베이비’까지 주요 후보작들이 시상식 전후로 개봉 일정을 잡아 포진하고 있는 것. 올해는 수상 성적과 극장가에서의 흥행 성적이 비례할까.

○아카데미의 영광을 계속…

‘보기’보다 ‘듣기’에 방점이 찍히는 영화 ‘레이’. 강력한 남우주연상 후보인 제이미 폭스의 신들린 듯한 연기에 얹히는 ‘언체인 마이 하트’ ‘바이 바이 러브’ 등 귀에 익은 노래들이 상영시간 2시간 반을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 아카데미보다 먼저 발표된 그래미상에서 8개 부문을 석권한 것도 영화에 힘을 싣는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감독이자 배우를 맡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주연인 힐러리 스웽크가 각각 아카데미 감독상과 여우주연상 2연패를 달성할지가 관심사인 영화. 한때 성공적인 트레이너였지만 지금은 낡은 체육관을 운영하는 프랭키에게 어느 날 서른한 살의 여자 매기가 “권투를 하고 싶다”며 찾아온다. 온 몸을 내던지는 운동인 권투를 통해 오히려 깊은 상처를 회복해 나간다는 역설적인 설정이 힘이 있다.

외국어영화상, 음악상 수상 후보로 지명된 ‘코러스’(3월 3일)도 개봉된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전쟁으로 마음을 다친 소년들에게 음악으로 삶의 기쁨을 다시 일깨워 주는 시골학교 음악교사와 아이들이 만들어낸 감동스토리. 지난해 프랑스에서 개봉돼 22주 동안 흥행 10위권 안에 머무르는 기록을 세웠다.

○새봄, 다시 시작하는 사랑

김지수 황정민 주연의 한국영화 ‘여자, 정혜’(10일 개봉)도 아카데미까지는 아니지만 이미 유수의 국내외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작품이다. 20일 폐막한 베를린영화제에서 비경쟁부문인 넷팩(NETPAC·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을 받았고, 2004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최우수 아시아 신인작가상을 받았다. 너무 평범해서 자신을 둘러싼 사물들이 만든 풍경에 그냥 묻혀 버리고 말 것 같은 우편취급소 여직원 정혜. 실연으로 상처받은 그녀의 내면이 아물어 가는 새로운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아멜리아’의 오드리 토투가 주연한 ‘인게이지먼트’(11일 개봉)는 사라진 약혼자를 찾아 나선 마틸드가 주인공이다. 영화 같은 사랑을 꿈꾸는 낙천적 성격의 마틸드는 수수께끼 같은 몇 통의 편지를 단서삼아 애인을 향한 항해를 떠난다.

윌 스미스가 ‘연애해결사’로 등장하는 ‘미스터 히치’는 지난 주말(20일) 미국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남의 데이트는 ‘지도’해 주지만 정작 자신의 머리는 못 깎는 ‘데이트 코치’의 이야기를 다룬 로맨틱 코미디.

○자기를 향한 수수께끼들

로버트 드 니로, 다코타 패닝 주연의 ‘숨바꼭질’(25일 개봉)과 리 웨넬, 대니 글로버 주연의 ‘쏘우’(3월10일 개봉)는 모두 막판 반전을 숨겨둔 스릴러들. 특히 ‘숨바꼭질’은 120개의 개봉관을 반반씩 나눠 결말이 다른 두 개의 버전을 상영한다.

자신의 아들을 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정적을 암살하는 것은 물론 기업과의 뒷거래를 서슴지 않는 상원의원 엘리노 쇼. 쇼 일파에게 세뇌당했지만 진실을 찾아나가려는 걸프전 참전용사 마르코 장군. ‘맨츄리안 캔디데이트’(3월 11일 개봉)는 중량감 있는 배우인 메릴 스트립, 댄젤 워싱턴이 스릴러의 얼개에 힘을 싣는다.

‘크래시’에 열광했던 관객이라면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신작 ‘스파이더’(3월 4일 개봉)도 기대해볼 만한 작품이다. 랠프 파인더가 자신의 기억을 조작하고 그 조작 속에서 다시 진실을 찾는 스파이더를 열연한다. ‘모든 인간은 자신의 리얼리티를 만든다’는 크로넨버그의 공식에 충실한 영화다.

정은령 기자 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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