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V재허가추천 거부]勞使 소유구조 갈등이 퇴출 초래

  • 입력 2004년 12월 21일 1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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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V 노조, 대주주 퇴출 요구 시위방송위원회가 경인방송에 대해 재허가 추천 거부 결정을 내린 21일 경인방송 노조원들이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 로비에서 지배주주의 퇴출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김동주 기자
iTV 노조, 대주주 퇴출 요구 시위
방송위원회가 경인방송에 대해 재허가 추천 거부 결정을 내린 21일 경인방송 노조원들이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 로비에서 지배주주의 퇴출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김동주 기자
방송위원회는 21일 경인방송(iTV)의 재허가 추천을 거부한 사유로 ‘재무구조 개선 계획의 불이행’을 들었다. 방송위는 “현재와 같은 재무 부실 상태에서는 방송 프로그램 제작이 불가능해 전파 낭비에 가깝다”고 밝혔다.

▽어쩌다 재허가 추천 거부까지=iTV는 재허가 심사과정에서 합격점인 650점에 밑도는 597.23점을 받아 42개 방송사업자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방송위는 10월 26일 ‘자본금 811억 원이 잠식된 부실 재무구조의 개선’ 이행 여부를 확인한 뒤 재허가를 내주겠다고 했으나 제2대 주주인 대한제당 등이 증자를 거부해 파국을 초래했다.

특히 iTV가 재허가 추천을 받지 못한 것은 노사 갈등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노조는 11월 15일 ‘공익적 민영방송’을 내세우며 전면 파업에 들어갔고, ‘지배 주주의 배제’를 주장하며 방송위에 재허가 추천 거부를 요구했다. 반면 사 측은 노조의 주장은 경영권 침해라며 직장폐쇄를 단행하는 등 평행선을 달렸다.

이로 인해 대한제당은 제1대 주주인 동양제철화학이 내놓은 400억 원의 증자 계획에 대해 “노조가 파업하고 있는 회사에 더 이상 투자할 수 없다”고 외면했으며 신규 주주 영입 계획도 무산됐다.

노조는 최근 ‘제1, 2대 주주를 배제한 조건부 재허가’를 요청했으나 방송위는 ‘대주주 배제’에 대한 법적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공익적 민방’이란 논리에 빠져 ‘자폭’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현행 방송법은 재허가 거부 이후에 대한 규정이 없어 방송 중단 외에 다른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동양제철화학은 그동안 추천 거부에 대비해 iTV에 투자한 자본금을 손비 처리했으며 청산 절차에 대한 법적 자문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22일 파업 정리 집회를 열고 방송 정상화에 나설 예정이지만 앞날은 불투명한 실정이다. 노조는 21일 성명을 내고 “방송위의 재허가 추천 거부는 iTV의 퇴출이 아니라 지배주주의 퇴출”이라며 “추천 거부는 iTV의 제2창사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앞으로 언론단체와 인천지역 시민단체들과 함께 ‘제2창사위원회’를 만들어 방송 정상화를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방송을 재개하려면 민방 허가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방송위가 선뜻 허가 추천을 해줄지 미지수이고 새 방송사를 설립하는 데 필요한 수백억 원의 자본금을 조성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인천 시민 반응=새얼문화재단 지용택(池龍澤·68) 이사장은 “인천의 유일한 민영방송이 퇴출된 것은 인천의 자존심을 구기는 일인 만큼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장선희 씨(34·인천 연수구 동춘동)는 “지역 소식을 충실히 전했고 외화 등 볼거리도 많았던 지역의 유일한 민방이 없어진다니 섭섭하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경인방송은…▼

경인방송(iTV)은 1997년 10월 11일 ‘iTV 인천방송’으로 개국했다. 당시 iTV는 방송 권역이 인천, 경기와 서울 일부 지역이었으나 케이블TV 재송신으로 전국 방송의 기틀을 갖추기 시작했다. iTV는 1998년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박찬호 경기를 중계하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데 이어 2000년 경인방송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러나 방송위원회가 2001년 iTV의 케이블TV 재송신을 불허하면서 사세가 크게 위축됐다. iTV는 올해 7월 서울 지역에 대한 케이블TV 재송신을 허가받아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했으나 이번 재허가 추천 거부로 7년여 만에 방송을 중단하게 됐다. 현재 2본부 7국 2센터 2실 35팀 1연구소 조직에 312명이 근무하고 있다.

▼경인방송 재허가 추천 심사 일지▼

9월 14일=심사결과 1차 발표. 경인방송 추천 보류

10월 26일=심사결과 2차 발표. 경인방송은 재허가 추천전에 재무구조 개선 사전 확인 의결.

11월 15일=경인방송 노조 전면 파업, 뉴스 중단

11월 22일=방송위, 국회에 경인방송 심사점수(597.23점·합격선은 650점) 비공개로 보고

11월 29일=재무구조 개선 등에 대한 경인방송 경영진의 의견 청취

12월 10일=청문

12월 13일=경인방송 직장폐쇄

12월 20일=사업계획안 제출. 안상수 인천시장, 손학규 경기도지사 ‘재허가 추천’ 건의.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16명 ‘방송사업권회수’ 촉구

12월 21일=재허가 추천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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