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KBS2 ‘우리말 겨루기’ 미국 쇼프로 표절 의혹

  • 입력 2003년 11월 30일 17시 45분


KBS2 퀴즈 프로그램 ‘우리말 겨루기’. 화면 구성과 게임 진행방식이 미국의 장수 퀴즈프로그램 ‘휠 오브 포천’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KBS TV 화면 촬영
KBS2 퀴즈 프로그램 ‘우리말 겨루기’. 화면 구성과 게임 진행방식이 미국의 장수 퀴즈프로그램 ‘휠 오브 포천’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KBS TV 화면 촬영
일부 방송 프로그램들이 일본의 방송을 표절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이번에는 KBS2 ‘우리말 겨루기’(수 오후 7시)가 미국 방송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우리말 겨루기’가 표절한 대상으로 거론되는 프로그램은 미국에서 28년째 방영되고 있는 장수 인기 쇼 프로그램 ‘휠 오브 포천(Wheel of Fortune·소니픽처스 제작)’. 이 프로그램은 미국 전역에서 지상파 방송이나 케이블 방송 등을 통해 방영되고 있으며 국내에도 미군 대상채널 AFNK를 통해 평일 오후 5시반 방송되고 있다.

두 프로그램 모두 3명의 출연자가 출연해 단어나 구절을 한 글자씩 맞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우리말 겨루기’에서는 출연자들이 각 음절의 초성(初聲)을, ‘휠 오브 포천’에서는 알파벳 한 개씩을 댄다. 차이가 있다면 ‘휠 오브 포천’은 룰렛과 비슷한 ‘행운의 바퀴’를 돌려 글자를 맞힐 때마다 받는 금액을 정하고 ‘우리말 겨루기’는 문제마다 일정한 상금이 정해져 있다는 점.

두 프로그램의 화면 구성도 매우 비슷하다. 큰 멀티비전에 문제가 빈 칸으로 표시되고 출연자가 한 글자를 맞힐 때마다 글자 모습이 나타난다. 여성 진행자는 한 편에 서서 출연자가 답을 맞힐 때마다 글자를 손으로 가리키는 ‘장식적’ 역할을 맡는다. 일부 문제의 경우 한 글자씩 저절로 공개된 뒤 정답을 먼저 말하는 사람이 이기는 방식도 똑같다.

인터넷 게시판에서 시청자들은 “미국 프로그램을 베끼면서 제목은 ‘우리말 겨루기’라니 자존심 상한다”(ID:a8610)며 표절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원래 ‘퍼즐 챔피언’으로 방영됐던 이 프로그램은 지난달 5일 ‘우리말 겨루기’로 개편됐다. KBS 외주제작국 장현석 PD는 “‘휠 오브 포천’의 포맷을 사지는 않았지만 그것을 차용한 것은 인정한다”며 “몇 가지 비슷한 점을 들어 표절이라고 한다면 어떤 퀴즈 프로그램도 표절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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