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3년 8월 3일 17시 15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돈 없이 더위를 쫓기에 가장 좋은 것이 공포영화다.
사람들은 공포물을 통해 공포감을 즐기기도 하지만 공포감을 떨칠 수 없어 괴로워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공포감의 원인, 인체의 변화 과정 등 공포에 대해 고려대 안암병원 내과 김형규 교수,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김창윤 교수,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김병준 교수 등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Q:공포영화를 보면 정말 추워지나.
A:그럴 가능성이 크다. 공포감을 느낄 때에는 교감신경이 흥분하며 땀샘이 자극돼 식은땀이 난다. 또 보온하기 위해 온몸의 털이 곤두선다. ‘모골이 송연하다’는 말이 맞다. 또 털 세우는 근육이 수축되면서 소름이 돋는다. 일반적으로 공포물을 볼 때 체온은 약간 더 올라가 외부 온도를 차게 느낀다.
Q:공포영화는 사람을 더 떨게 하기 위해 음향에 특히 신경 쓴다는데….
A:맞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시각정보보다 눈에 안 보이는 청각정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영화 제작자는 긴장을 고조시키기 위해 심장 박동수보다 약간 빠를 때까지 소리의 박자를 조금씩 빨리 변화시킨다. 그리고 갑자기 소리를 줄였다가 끔찍한 장면에 소리를 ‘꽝’ 내보내 놀라게 한다.
Q:공포는 왜 느끼나.
A:공포는 자기보호 본능이며 모든 감정 중 가장 근원적이고 지속적이다. 그래서 뇌과학의 주된 관심 분야다. 사람은 뱀, 거미, 높은 곳 등 생명을 위협하는 것을 무섭게 여겨 이를 피하도록 진화해왔다. 이런 것들이 현재 사람을 더 많이 해치지만 사람들이 별로 공포감을 느끼지 않는 전기보다 더 공포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공포감은 ‘역사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Q:귀신영화를 보며 몸서리치는 것도 자기보호 본능과 관련이 있나.
A:영화를 볼 때 관객은 피해자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영화에서 귀신이 피해자에게 해코지를 할 때 관객은 자신이 해를 당하는 걸로 여겨 자기보호 본능에서 몸서리를 치게 된다.
Q:기억을 못하는 사람도 특정한 것에 대한 공포감은 느낄 수 있나.
A:있다. 약 100년 전 스위스의 정신분석가 에두아르 클라파레데는 영화 ‘메멘토’의 주인공처럼 몇 분 전을 기억하지 못하는 여성 환자를 치료했다. 환자는 매일 의사를 몰라봤고 클라파레데는 환자에게 매일 자신을 소개해야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의사가 손바닥에 핀을 감춘 채 악수를 하고 다음날 다시 자신을 소개한 뒤 악수를 하려고 하자 환자는 질겁하고 피했다. 무의식적, 감정적 기억 저장 시스템이 따로 있는 것이다. 뇌의 편도체가 이러한 무의식적이고 본능적인 정보 처리의 핵심 장소다.
Q:지나친 공포감도 병이라고 할 수 있나.
A:사람을 만나고 발표를 하는 것 등을 두려워하는 ‘사회공포증’과 특정 장소, 높은 곳, 뱀, 쥐 등 특수대상을 무서워하는 ‘특정 공포증’이 있는데 심하면 치료받아야 한다. 둘 다 두려운 대상에 직접 부딪치는 행동요법으로 고치며 심할 경우 신경안정제를 복용한다. 심장이 ‘쿵쿵쿵’ 뛰며 잘 놀라는 공황장애를 가진 사람도 일종의 공포증 환자라고 할 수 있다. 이 병은 ‘위험-경고-반응’ 시스템이 고장 나 사소한 자극에도 자율신경계가 흥분하는 병이다. 약물요법, 상담, 행동요법 등으로 고친다. 사고나 충격 등을 겪은 뒤 잘 놀라고 우울해지는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도 공포감과 관련이 있으며 이 역시 상담, 행동요법, 약물요법 등으로 치료한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