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목 '아하! 그렇군요']'똥개'… "거부감" "부르기 편해"

  • 입력 2003년 5월 29일 1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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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16일 개봉하는 영화 ‘똥개’의 제작사인 ‘진인사’의 마케팅팀은 제작 초반 곽경택 감독이 영화 타이틀을 ‘똥개’로 정하자 적잖게 당황했다. ‘똥개’는 주인공인 시골 청년 철민(정우성)의 별명. 그러나 제목의 ‘똥’이 불쾌감을 준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영화 시장의 주류 고객이 20대 여성인데, 이들이 극장 매표소 앞에서 거리낌없이 ‘똥개 2장 주세요’라고 말할 수 있겠냐는 것.

마케팅팀은 이 제목을 갖고 수차례 회의를 열었다. “어감이 강렬하고 부르기 편하다”는 옹호론과 “‘똥’이라는 단어가 거부감을 준다”는 비판론이 맞섰다. 그러나 곽 감독의 의지가 워낙 분명해 결국 ‘똥개’로 낙찰됐다.

곽 감독도 처음에는 고민했다. ‘똥개’의 소재는 영화 ‘친구’를 찍으며 알게 된 한 지인. 그와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 험난한 인생 역정을 듣고 영화로 만들겠다며 “오늘 한 이야기를 간단히 정리해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그가 가져온 원고 첫장에는 큼지막한 글씨로 ‘똥개’라고 써있었다. 자신의 삶이 똥개같은 인생이었다는 뜻이다.

그 때까지만 해도 제목을 ‘똥개’라고 지을 생각은 아니었다. 그러나 곽 감독은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다가 이 제목을 쓰기로 결심했다. 곽 감독은 자신이 찍을 영화의 시나리오가 나오면 맨먼저 아버지에게 보여줄 만큼 아버지의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

“똥개란, 자고로 보신탕에 적합한 한국의 잡종견으로, 영리하진 않아도 제 주인은 알아보고, 반드시 어딘가에 새끼를 남긴다. 얼마나 좋은 이름이냐. 절대 다른 것으로 바꾸지 마라.”

제작사는 ‘똥개’라는 제목의 심의에 대해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자문도 구했다. ‘똥’이라는 단어를 따로 쓰면 ‘미풍양속을 해치거나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어’ 심의 규정에 저촉될 수 있으나 ‘똥개’는 보통 명사이므로 괜찮다는 답변을 들었다.

곽 감독은 “TV의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예쁘게 생긴 아나운서가 ‘새 영화 ‘똥개’가 개봉된다’고 말할 때 얼마나 껄끄럽겠냐”며 “그러나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강한 인상을 주는 제목”이라고 말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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