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MBC, 시장서 대구 산 뒤 실제장면처럼 보도

  • 입력 2003년 4월 24일 17시 39분


22일 밤 MBC ‘뉴스데스크’에서 보도한 ‘납덩이 대구’. 시장에서 산 대구에 납덩이를 넣는 연출로 물의를 빚었다. MBC 화면
22일 밤 MBC ‘뉴스데스크’에서 보도한 ‘납덩이 대구’. 시장에서 산 대구에 납덩이를 넣는 연출로 물의를 빚었다. MBC 화면
MBC ‘뉴스데스크’(오후 9시)가 연출로 재현한 화면을 실제 장면인 것처럼 보도해 논란이 일고 있다.

‘뉴스데스크’는 22일 ‘중국산 대구에서 납덩이 발견’ 기사에서 한 남자가 대구 두 마리를 놓고 칼로 배를 가르는 장면을 보여줬다. 갈라진 대구의 배와 아가미, 입에서 납덩이가 쏟아져 나왔다.

기자는 이 그림과 함께 “두 마리의 배를 갈라보니 3㎝, 무게 3g 정도의 납 조각 19개가 들어 있었습니다. 배와 아가미, 입안에서도 납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경기 부천의 한 식당 주방에서 발견된 납이 들어간 문제의 대구들은 촬영 당시 부천시청이 이미 수거해 폐기 처리한 상태였다. 화면에 나간 대구는 MBC 기자가 시장에서 사온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 인천지원 관계자는 “대구를 가져온 MBC 기자가 ‘식당에서 수거된 납덩이를 달라’고 해 납덩이를 줬다”며 “검역원 1층 로비에서 기자와 함께 온 사람이 대구 속에 납덩이를 넣은 후 배를 가르며 촬영했다”고 말했다.

MBC 보도강령은 “사건 현장의 연출에 의한 재생과 모의 실험을 원칙적으로 배제한다. 다만 접근이 불가능한 현장(달 표면과 같은) 또는 MBC의 공신력을 해치지 않으면서 시·청취자의 이해에 도움을 주는 경우 프로그램에 재생 및 모의 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보도 강령이 아니더라도 방송 프로그램에서 연출이나 자료 화면은 시청자들에게 고지해야 하는 게 기본 윤리다. 문제의 기사는 이를 위반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MBC 보도국 황용구 사회부장은 “사건 현장에 가보니 상황이 끝나 있어 영상은 검사소의 설명을 듣고 재현했다”며 “재현이라는 표시를 넣지 못한 것은 불찰이지만, 납덩이가 발견된 식당이 아닌 별도 장소에서 촬영했기 때문에 재현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의도적으로 조작하거나 연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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