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EBS 장애인의날 특집 장애인 통합교육 청명고 소개

  • 입력 2003년 4월 15일 17시 47분


코멘트
EBS ‘열려라! 신나는 학교’는 수원 청명고를 찾아 장애학생과의 통합교육 현장을 전한다. 사진제공 EBS
EBS ‘열려라! 신나는 학교’는 수원 청명고를 찾아 장애학생과의 통합교육 현장을 전한다. 사진제공 EBS
장애인의 날(20일)을 맞아 EBS TV ‘열려라! 신나는 학교’(20일 오후 6·30)는 ‘사랑의 학교-수원 청명고편’을 통해 수원에서 유일하게 장애학생과의 통합교육을 실시 중인 수원 청명고를 찾았다.

전교생 1500여명의 인문계고교인 청명고가 자발적으로 통합교육에 나선 것은 2001년. 29명의 장애학생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정신지체 학생들이 체육 음악 미술 전산 등 과목을 다른 학생들과 함께 배우는 통합수업의 모습이 방송에 처음으로 공개된다.

학생들은 장애학생과 1대 1 ‘도우미’가 되기로 자처했다. 매일 오전 7시20분이면 박성완군(17)는 교실 창가를 지키고 있다. 휠체어에 의지하는 예종훈군(17)의 모습이 보이면 “왔다”고 외친다. 교사와 친구 서너 명이 내려가 예군의 휠체어를 들고 2층 교실로 올라오며 웃음꽃이 핀다.

자폐증인 홍의춘군(17)은 매일 수차례 교무실로 한선하 영어교사를 찾아온다. “이라크 유정이 불에 탄다고 하는데 유정이 영어로 뭐예요?” 홍군의 끝없는 질문 공세에 모두 따뜻하게 대답해 주다가 한 교사는 ‘의춘이의 애인’이라는 별명까지 얻게 됐다. 홍군은 별의별 영어단어를 다 왼다. 미 프로레슬링 선수들의 이름과 계보를 훤히 꿰뚫고 있어 학생들의 부러움을 산다.

지역사회도 학교를 돕는다. 인근 태권도장 사범 두 사람은 매주 학교를 찾아와 장애학생들에게 무료로 태권도를 가르친다. 강습시간에는 교감도 함께 어울려 태권도를 배운다.

6년 전 사고로 척추마비가 된 종훈군은 휠체어에 앉아 동료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처음으로 털어놓는다. “지하철에 타도 사람들이 날 이상하게 쳐다봤다. 한동안 외출하지 않았다. 집에만 처박혀 있는 게 내가 이 사회에 줄 수 있는 유일한 도움이라고 생각했다”고 그가 말하는 대목에서 교실은 울음바다가 된다. 학부모들은 “아이의 심성이 고와졌다. 장애학생들을 돕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들의 도움을 받는 것 같다”고 했다.

연출 정영흥 PD는 “학생들이 장애학생들을 ‘돕는다’는 개념이 아니라 ‘함께 산다’는 철학으로 통합수업을 받고 있는 모습에 놀랐다”고 말했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