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피플]김선아 “꽃치마 ‘공주’가 애들 혼좀 빼놨죠”

  • 입력 2002년 11월 6일 18시 48분


인터뷰 전 사진촬영을 위해 옷을 갈아입고 나온 영화배우 김선아는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굽이 10cm나 되는 ‘뾰족구두’가 불편해서다. ‘예쁜 체’를 할 만도 한데 가식이 없다. 영화 ‘몽정기’에서 꽃무늬 치마를 나풀거리던 ‘공주’ 이미지의 김선아는 어디로 갔나? 카페에 앉아 잠시 이야기를 나누려는데 한 마디 한다.

“저 옷 좀 갈아입고 와도 되죠?”

10분쯤 후 그가 청바지에 편안한 니트 상의를 입고 다시 나타났다.

“전 정말 청바지나 체육복을 ‘사랑해요’. 일단 뭣 좀 먹죠. 배고파 죽겠다.”

그는 햄&에그 샌드위치를 시켜 크게 한입 먹더니 그제서야 말을 시작했다.

“영화 데뷔작인 ‘예스터데이’가 흥행에 실패해 부담이 컸어요. 이렇게 성격이 시원시원한데 얌전하고 순진한 유리 역을 잘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되고. 영화 속에서 저 너무 예쁜 척하지 않던가요?”

“귀여웠다”고 대답하자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입가에 묻은 마요네즈가 밉지 않았다. 영화 속에서 김선아는 사춘기 남학생들의 ‘성적 판타지’의 대상이다. 그만큼 민망한 장면이 많다.

“특히 가죽 브래지어를 입고 채찍을 휘두르는 장면에선 창피해서 죽는 줄 알았죠. 남자 스태프들이 어찌나 놀리던지. 5초도 안 되는 장면을 찍는 데 2시간이나 걸렸어요.”

김선아의 실제 학창시절은 어땠을까. 그의 주장대로라면 그는 학창시절 ‘쑥맥’이었다.

“밖으로 말을 못해서 그렇지 여자들도 그 나이엔 성에 대해 관심이 많잖아요. 하지만 고등학교 때까지는 첫 키스하는 사람과 반드시 결혼해야 하는 줄 알았죠.(웃음) ‘아기가 어떻게 생기는가’에 대해서도 이론적으론 알았지만 그 과정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어요.”

겉으론 화통한 척해도 그는 아직도 수줍음이 많다. 기자 시사회 때 영화를 처음 보고 ‘화들짝’ 놀란 장면이 한두 개가 아니란다.

“너무 성적 표현이 노골적인 게 아닌가 걱정되더라고요. 여자와 남자의 성기를 지칭하는 말을 거침없이 내뱉는 아이들의 모습도 그렇고. 하지만 조금은 ‘오픈 마인드’로 영화를 봐주셨으면 해요. 그 나이 땐 누구나 그럴 수 있잖아요.”

그는 미국 인디애나주의 볼 주립대에서 음대(피아노 전공)를 다니다 휴학하고 영화계에 데뷔했다.

“지금은 많이 알려졌지만 데뷔 초기 제가 음대 다녔다고 하면 아무도 안 믿었어요. 쇼팽의 발라드 3번을 즐겨 칩니다. 피아노를 다섯 살 때부터 쳤는데 아직 미련이 있어요. 그래도 연기자의 길이 즐겁습니다. 공연보러 다닐 시간이 전혀 없다는 걸 빼면 말이죠.”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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