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화제속 종영된 MBC드라마 ‘고백’ 작가 이란씨의 고백

  • 입력 2002년 8월 25일 17시 22분


40대 남성의 위험한 사랑과 ‘귀가’를 그린 MBC 드라마 ‘고백’과 작가 이란씨(아래). 사진제공 MBC

40대 남성의 위험한 사랑과 ‘귀가’를 그린 MBC 드라마 ‘고백’과 작가 이란씨(아래). 사진제공 MBC

“‘그 여잔’ 나를 남자로 느끼게 해.” 40대 남성에게 찾아온 사랑과 결혼의 위기를 그려 화제를 모은 MBC 미니시리즈 ‘고백’이 20일 종영됐다. 극중 주인공인 동규(유인촌)가 현모양처형의 아내 윤미(원미경)에게 던진 이 대사는 시청자들이 주고 받는 ‘입씨름의 화두’가 되기도 했다. 전형적인 불륜 드라마라는 비판과 동시에 40대의 위기를 묘사한 수작이라는 엇갈린 평가도 이어졌다. ‘고백’의 작가 이란씨(47)에게서 드라마에 담지 못한 고백을 들었다. 그는 영화 ‘초록물고기’ ‘박하사탕’ ‘오아시스’를 연출한 이창동 감독의 부인이기도 하다.

-동규가 윤미의 품으로 돌아가는 결론이 평범합니다. 영주(정선경)가 다른 남자를 만나 미국으로 가는 것도 그렇습니다.

“얘기하자면 허망합니다. 너무 상투적이라면 내가 부족한 탓이죠. 하지만 ‘동규의 귀가’는 기획때부터 예정된 결말이었습니다.”

작가 이란씨

-불륜 드라마가 건전 드라마로 끝났다고도 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드라마의 기획 의도가 바뀐 게 아닙니다. 단지 중간에 30, 40대 중년 부부의 성(性)에 관한 담론은 포기했습니다. 동규와 윤미의 성에 관한 트러블을 다루고 싶었는데, 얘기를 꺼내자마자 주변에서 너무 예민해하더군요.”

-‘고백’은 어떤 드라마입니까.

“중년의 현실적인 사랑을 담은 작품입니다. 30, 40대는 이미 ‘몸의 사랑’을 경험한 나이 아닙니까. 이 드라마를 통해 몸의 사랑과 정신적인 사랑을 함께 담으려 했습니다. 한 남자가 손을 잡기만 해도 떨린다는 식의 묘사는 비현실적입니다. 중년의 사랑을 그린다면 당연히 불륜이라는 단어가 나올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이게 현실 아닌가요?”

22일 전화 인터뷰중 이씨는 경기 고양시 일산의 자택 부근에 있는 호수공원에서 산책하고 있었다. 기자가 드라마 연출자인 임화민 PD의 ‘지원’을 받았음에도 그는 “더이상 할 말이 없다”며 인터뷰를 거절하다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사진 촬영은 끝내 거부했다.

-윤미가 동규를 다시 받아들이는 것은 반(反) 여성적인 설정 아닐까요.

“윤미는 복잡한 캐릭터입니다. 배신한 남편을 가까운 친구로 남겨 두죠. 그러면서도 내면에는 복수의 욕구가 끓고. 하지만 이런 감정의 찌꺼기들을 모두 걷어낸 뒤 윤미에게 남아 있는 마지막 껍질은 변치 않는 사랑이라는거죠.”

-연기자들과는 어땠습니까.

“내 대본에는 움직임없이 감정을 담아야 하는 대사들이 많았습니다. 동규와 영주의 결혼 생활이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이 생각납니다. 윤미가 준 생활과 가정의 편안함에 익숙한 동규가 가사 문제 때문에 영주와 갈등을 일으킬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유인촌씨는 젊은 여성과 결혼한 중년 남성은 가사분담을 더 잘할 것 같다고 말해 드라마에 반영했습니다. 유인촌 원미경씨 등 연륜있는 연기자가 아니었다면 이 드라마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이창동 감독과는 작품과 관련해 자주 얘기하는 편입니까.

“남편은 말이 많고 이야기를 즐기는 편인데 이번에는 남편은 ‘오아시스’에, 전 ‘고백’에 매달려 얼굴 보기도 힘들었습니다.”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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