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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8월 25일 17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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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남성의 위험한 사랑과 ‘귀가’를 그린 MBC 드라마 ‘고백’과 작가 이란씨(아래). 사진제공 MBC
-동규가 윤미의 품으로 돌아가는 결론이 평범합니다. 영주(정선경)가 다른 남자를 만나 미국으로 가는 것도 그렇습니다.
“얘기하자면 허망합니다. 너무 상투적이라면 내가 부족한 탓이죠. 하지만 ‘동규의 귀가’는 기획때부터 예정된 결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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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 드라마가 건전 드라마로 끝났다고도 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드라마의 기획 의도가 바뀐 게 아닙니다. 단지 중간에 30, 40대 중년 부부의 성(性)에 관한 담론은 포기했습니다. 동규와 윤미의 성에 관한 트러블을 다루고 싶었는데, 얘기를 꺼내자마자 주변에서 너무 예민해하더군요.”
-‘고백’은 어떤 드라마입니까.
“중년의 현실적인 사랑을 담은 작품입니다. 30, 40대는 이미 ‘몸의 사랑’을 경험한 나이 아닙니까. 이 드라마를 통해 몸의 사랑과 정신적인 사랑을 함께 담으려 했습니다. 한 남자가 손을 잡기만 해도 떨린다는 식의 묘사는 비현실적입니다. 중년의 사랑을 그린다면 당연히 불륜이라는 단어가 나올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이게 현실 아닌가요?”
22일 전화 인터뷰중 이씨는 경기 고양시 일산의 자택 부근에 있는 호수공원에서 산책하고 있었다. 기자가 드라마 연출자인 임화민 PD의 ‘지원’을 받았음에도 그는 “더이상 할 말이 없다”며 인터뷰를 거절하다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사진 촬영은 끝내 거부했다.
-윤미가 동규를 다시 받아들이는 것은 반(反) 여성적인 설정 아닐까요.
“윤미는 복잡한 캐릭터입니다. 배신한 남편을 가까운 친구로 남겨 두죠. 그러면서도 내면에는 복수의 욕구가 끓고. 하지만 이런 감정의 찌꺼기들을 모두 걷어낸 뒤 윤미에게 남아 있는 마지막 껍질은 변치 않는 사랑이라는거죠.”
-연기자들과는 어땠습니까.
“내 대본에는 움직임없이 감정을 담아야 하는 대사들이 많았습니다. 동규와 영주의 결혼 생활이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이 생각납니다. 윤미가 준 생활과 가정의 편안함에 익숙한 동규가 가사 문제 때문에 영주와 갈등을 일으킬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유인촌씨는 젊은 여성과 결혼한 중년 남성은 가사분담을 더 잘할 것 같다고 말해 드라마에 반영했습니다. 유인촌 원미경씨 등 연륜있는 연기자가 아니었다면 이 드라마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이창동 감독과는 작품과 관련해 자주 얘기하는 편입니까.
“남편은 말이 많고 이야기를 즐기는 편인데 이번에는 남편은 ‘오아시스’에, 전 ‘고백’에 매달려 얼굴 보기도 힘들었습니다.”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