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여인천하 마지막회 ‘난정의 죽음’ 촬영현장

  • 입력 2002년 7월 17일 15시 33분


바다에 빠지는 효과를 내는 강수연 - 사진제공 SBS
바다에 빠지는 효과를 내는 강수연 - 사진제공 SBS
SBS 사극 ‘여인천하’(22일 밤9·55)의 마지막 장면, ‘난정의 죽음’ 촬영이 최근 강원 양양군 현북면 장교리 삼형제 바위 앞 해변에서 이뤄졌다.

‘여인천하’의 마지막회 줄거리는 이렇다.

문정왕후(전인화)가 병사(病死)한 뒤 윤원형(이덕화)과 정난정(강수연)을 비난하는 상소가 빗발치자 두 사람은 한양을 탈출한다. 그러나 두 사람은 백성들에게 돌팔매질당하다가 윤원형은 가까스로 탈출했지만 막상 난정은 돌에 맞아 죽었다는 소문이 퍼진다. 그 소문을 들은 윤원형은 비관해 자살하고 난정은 윤원형의 뒤를 따라 극약을 먹고 바다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촬영 당일 강수연은 50대 난정을 연기하기 위해 앞머리를 하얗게 부분 염색하고 소복차림으로 나타났다. 오후 2시경 속초 낙산사에서 난정이 당추 스님과 함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부분을 찍은 뒤였다.

난정이 초점 잃은 눈으로 해변 20여m를 걷는 모습. 강수연은 NG없이 전신 얼굴클로즈업 상반신 정면 등 네 컷을 찍었다.

날씨가 흐려 조명 없이는 촬영이 불가능했다. - 사진제공 SBS

이날 촬영에는 월드컵 축구 중계에서 골대 뒤 높은 각도에서 마지막 슈팅 장면을 찍는데 쓰이던 특수 카메라 ‘지미짚’도 동원됐다. 이 카메라는 ‘여인천하’에서 해변을 걷다가 쓰러진 난정을 수직으로 내려본 뒤 울고 있는 그의 얼굴을 클로즈업했다.

‘지미짚’이 찍은 그림에 제작진이 만족하지 못해 몇 차례 NG가 났다. 제작진이 장비를 놓고 옥신각신하는 동안 강수연은 “나 여기에 앉혀 놓고 디스커션(discussion)하는 거야?”라며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난정이 완전히 물 속에 잠기는 마지막 장면. 카메라는 바다쪽으로 튀어나온 바위에 설치했다. 강수연은 카메라를 향해 걸음을 옮기는 동시에 점차 무릎을 낮춰가며 몸을 물에 담갔다. 바다쪽에서 카메라를 설치해 강수연이 해변에서 걸어 들어오는 모습을 찍어야 하지만 이는 카메라가 흔들려 쉽지 않다.

두어 차례 NG가 나자 강수연은 수온이 7, 8도 밖에 되지 않아 카메라만 돌아가지 않으면 와들와들 몸을 떨었다. 완전히 물 속에 잠기려 하는데 강수연의 몸이 자꾸만 파도에 휩쓸려 물 위로 떠올랐다.

김재형 PD가 소리쳤다.

“두 놈 물 속으로 들어가 수연이 양쪽에서 잡아!”

건장한 스태프 두 명이 양말을 벗어 던지고 ‘입수’, 강수연의 양 팔을 한 사람씩 물 속에서 잡아 약 5초간 강수연을 물 속에 ‘가두는 데’ 성공했고, 김 PD의 ‘컷’ 소리가 해변에 울렸다. 1년 7개월 간의 대장정이 끝나는 순간이었고 50여명의 스태프들이 일제히 박수를 쳤다.

강수연은 “오랜 강행군으로 건강 진단을 받아야할만큼 몸이 상해 2, 3개월은 쉬어야 할 것 같다”며 “그 동안 개봉한 영화 중에 욕심나는 게 한 두 작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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