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영화]연예오락프로는 개봉영화 홍보대행?

  • 입력 2002년 6월 12일 17시 15분


월드컵으로 채널 선택권을 잃어버린 비(非)축구팬들은 심야의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기대한다. 그러나 최근 KBS 등 방송 3사의 오락프로가 개봉을 앞둔 한국 영화의 주인공들을 번갈아 출연시켜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권을 빼앗기는 마찬가지다.

13일 개봉을 앞둔 영화 ‘예스터데이’의 주인공 김승우 김선아는 10일 KBS2 ‘이유있는 밤’에 출연한 뒤 하루 차이로 11일 SBS ‘류시원 황현정의 나우’에 나왔다. 21일 개봉 예정인 영화 ‘뚫어야 산다’의 조형기 박예진 박광현 등은 6일 KBS2 ‘해피투게더’에 이어 11일 같은 채널의 ‘서세원 쇼’에 출연했다. 이 밖에도 ‘오버 더 레인보우’의 이정재 장진영, ‘해적, 디스코왕 되다’의 임창정 양동근 등 최근 개봉한 모든 한국 영화의 주인공은 TV 연예오락프로를 점령했다. 이들 배우들은 서로 다른 채널의 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도 연예 프로그램의 속성상 풀어놓는 에피소드나 이야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TV하이라이트 / TV편성표

영화배우들은 통상 TV출연을 자제하지만 개봉을 앞둔 시기에는 채널을 돌릴 때마다 나올만큼 집중적으로 출연한다. 제작사와 배우간에 “영화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암묵적 약속이 있기 때문이다. 방송 제작진도 평소 섭외가 어려운 이들이 영화 개봉을 전후해 선뜻 TV 출연에 응한다는 잇점이 있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영화 소개 TV 프로그램도 많은데 다른 오락물들이 같은 영화의 주인공을 잇따라 출연시키는 것은 시청자를 무시한 처사”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 방송관계자도 “연예인 모시기에 따라 PD의 역량이 평가받기도 하지만 섭외가 쉽다는 이유로 프로그램의 차별화 노력을 게을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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