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수경/방송사 축구중계 ´옐로카드´

  • 입력 2002년 6월 10일 18시 08분


‘총성 없는 전쟁’ 월드컵이 전 세계의 시선을 모으며 별다른 불상사 없이 ‘페어플레이’로 진행되고 있는데 비해 국내 방송사 월드컵 프로그램의 진행자 등은 ‘위험한 플레이’를 하고 있다.

한국 대 미국 경기를 몇 시간 앞둔 10일 MBC FM ‘방현주의 FM모닝쇼’(91.9㎒ 오전 7시)방송에서 이철용 아나운서는 올해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빼앗아간 미국의 오노 선수를 가리키며 “상기하자 오노, 잊지 말자 솔트레이크”라며 한국 응원단을 감정적으로 부추겼다.

KBS TV도 10일 한국 대 미국전 경기의 중계 방송 예고에서 오노 때문에 금메달을 잃은 김동성 선수가 실망하는 장면을 내보내 “반미감정을 부추긴다”는 비난 세례를 받고서야 다른 내용으로 바꿔 내보내는 해프닝을 빚었다.

현장의 경기를 중계하는 캐스터나 해설자들도 위태로운 인신공격성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6일 KBS 1TV의 최승돈 아나운서는 일본 사이타마(埼玉)에서 열린 카메룬과 사우디아라비아 경기를 중계하다가 사우디아라비아가 독일에 0 대 8으로 대패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중고등학교 선수단에게 출전권을 줬어도 그보다 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측이 이 말을 들었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KBS 2TV에서 덴마크 대 세네갈 경기를 중계하던 이재후 아나운서는 절도사건으로 물의를 빚었던 세네갈의 한 선수를 가리키며 “상당히 빠른 선수죠. 금은방에서도 빠르게 훔쳤을까요”라고 말해 경기와 무관한 인신공격성 발언이라는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았다.

한국민의 월드컵 열기와 조직적이고 열광적인 응원은 단연 ‘금메달감’이라는 것이 외신들의 보도다. 한국 방송사들의 월드컵 중계 방송 또한 ‘기술적 측면’에서는 별 문제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일부 캐스터나 해설자들의 ‘언어구사’는 아무래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김수경기자 문화부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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