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EBS 야생담비의 생활 카메라에 담았다

  • 입력 2002년 3월 27일 17시 33분


한국과 일본에 주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좀처럼 모습을 확인할 수 없었던 야생 담비가 처음으로 카메라에 생생하게 잡혔다.

EBS는 29일 밤 10시 ‘특집 자연다큐멘터리-담비의 숲’에서 지리산과 오대산 해발 1000m부근에서 2000년 12월부터 300여일에 걸쳐 촬영한 담비를 방송한다.

담비는 족제비과에 속하는 몸길이 35∼60cm, 꼬리길이 12∼37cm, 몸무게 4Kg정도의 육식동물. 눈앞에 살아 있는 것은 죽이지 않고는 못 배기며 ‘담비 세 마리면 호랑이도 잡는다’는 말이 전해져 내려올 정도로 잔인하다. 짝짓기를 할 때도 암 컷 한 마리를 놓고 수컷 서너마리가 치열하게 경쟁한다. 일단 짝이 정해지면 무려 8시간 가까이 교미를 하는 ‘정력가’. 한국에서는 과거 민가에 침입할 정도로 흔했으나 요즘은 호랑이처럼 사라져가는 동물이 돼가고 있다.

6명으로 구성된 촬영팀은 지리산과 오대산에 무인카메라를 설치했다. 30일치씩 식량을 싸 들고 무인카메라 곁을 지키며 6개월을 허송세월할 무렵인 초여름. “그만 접자”는 얘기가 나왔을 즈음 담비가 카메라에 얼굴을 들이댔다. 검은 얼굴에 노란 몸통을 한 ‘노란목도리담비’였다.

담비의 존재를 확인한 촬영팀은 쥐 토끼 닭내장 꿀 등으로 담비를 유혹했다. 이후 담비는 4개월여동안 자유자재로 나무 타기, 먹이 사냥해 잡아먹기, 배설하듯 내 뿜는 향긋한 분비물로 나무 그루터기에 영역권 표시하기 등을 보여줬다.

담비는 그러나 경계심이 많은 탓에 짝짓기나 새끼 키우기 등의 장면은 찍을 수 없었다. 촬영팀은 “뜻대로 안 움직여주는 그들을 쫓는데 급급해 촬영한 담비가 3마리인지 4마리인지 파악하지 못했을 정도”라고 털어놨다.

연출 이연규 PD는 “수년전 처음본 야생 담비의 강한 카리스마에 매료됐다”며 “‘신비의 동물’인 담비를 시청자들과 함께 가까이 볼 수 있는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