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이름만으론 알쏭달쏭…"사극 직책 얼마나 아세요"

  • 입력 2001년 12월 17일 17시 23분


‘이찬(伊粥), 병부령(兵部令), 부원군(府院君), 정경부인(貞敬夫人)…’.

사극 KBS1 ‘태조 왕건’(토일 밤 9·45)과 SBS ‘여인천하’(월화 밤 9·55)에 나오는 ‘낯선’ 직책들이다.

‘태조 왕건’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삼국사기’ ‘고려사’ 등 후삼국 시대 관련 역사서에 직책이 기록되지 않은 관계로 임의로 설정한 경우가 많았다.

■'여인천하' 명예직 많아

조선 중종을 배경으로 한 ‘여인천하’는 왕족의 친인척들이 명예직으로 실세를 누렸다.

‘태조 왕건’에서 고려의 최응은 왕건의 참모격인 ‘책사(策士)’로 기록돼 있다. 하지만 제작진은 후삼국 통일에 일등공신인 그가 ‘병부령’까지 오른 것으로 설정했다. 책사가 오늘의 비서실장이라면 병부령은 국방부 장관.

후백제 견훤을 보좌한 능환과 최승우는 ‘고려사’ 등에 직책이 나와있는 경우. 각각 오늘날의 국무총리와 부총리에 해당하는 ‘이찬’과 ‘파진찬(波珍I)’으로 나온다. 견훤의 주치의로 나오는 훈겸은 ‘종군의원(從軍醫院)’이란 직책을 맡았던 것으로 ‘고려사’에 나온다.

고려의 박술희와 후백제의 애술은 ‘장군’으로만 기록됐을 뿐 어디까지 진급했는지 알 수 없는 상태. 김종선 PD는 “가상의 직책이더라도 실제 역사와 크게 어긋나면 안되기 때문에 인물의 활동 상황 등을 세심하게 고려했다”고 말했다.

‘여인천하’의 경우 명예직이 눈에 띄게 많다.

■'승후관'은 자유직

문정왕후의 오빠인 윤원형은 실제로 맡은 일은 없지만 궁궐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고위층을 만날 수 있는 ‘승후관’(承候官)으로 가문의 권력을 등에 업은 음관(蔭官)이었다.

문정왕후의 아버지에게도 ‘부원군(府院君)’이라는 명예직을 부여했다. ‘부원군’은 왕의 장인에게 붙이는 칭호.

조선시대 조정에서 여성은 품계(品階)만 있고 관직(官職)이 없었다. 경빈 희빈 창빈은 정일품에 해당되고 첩의 딸인 정난정은 영의정 윤원형의 부인이 돼 정경부인(정일품과 종일품의 아내로 빈과 같은 급)에 오른다.

‘여인천하’의 작가 유동윤씨는 “권력자의 친인척이 명예직 등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상황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며 “드라마의 재미를 고려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황태훈기자>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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