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日에 말만 잘하면 돈 주는 프로 등장

  • 입력 2001년 12월 10일 11시 49분


장기불황과 실업한파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에 말만 잘하면 현찰을 타갈 수 있는 이색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있다.

니혼(日本)TV는 지난 10월 초순부터 토요일 심야시간대에 ‘돈의 호랑이’ 라는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다.

프로그램은 소자본 사업계획을 갖고 있는 일반 신청자가 희망액수를 제시하고, 5명의 자수성가한 40대 사업가들이 사업성 여부에 대한 질문공세를 벌인 뒤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즉석에서 현찰을 신청자에게 건네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사업가 패널 중에는 포르노 비디오 사업에 뛰어들어 연간 60억엔의 외형을 달성한 사업가, 역시 60억엔대의 연간 매출을 올리고 있는 부동산 재벌, 한국계 엔카(演歌) 가수로 알려졌던 고(故) 미소라 히바리의 장남 등이 고정출연하고 있다.

신청자들은 대부분 1000만엔(약 1억원) 안팎의 사업자금을 희망한다고 밝힌 뒤 사업계획을 설명하면서 패널의 질문에 잘 대응하면 즉석에서 원하는 현찰을 거머쥘 수 있다.

지난 8일 방영분에서는 동성애자임을 자처한 20대 청년이 게이만남 인터넷 사이트를 주식회사 형태로 설립하겠다며 출연, 능수능란하게 패널의 질문공세를 맞받아쳐 사업자금 1000만엔을 타갔다.

그러나 지난 1일 방영된 프로그램에서는 20대 남성이 인터넷 회사 합병 사업을 하겠다며 사업자금을 신청했으나, 녹화 전날 패널리스트들에게 “잘 봐달라” 고 전화청탁한 사실이 드러나 단돈 한푼 건지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일본에서는 퀴즈를 풀고 최고 1000만엔을 타는 인기 퀴즈 프로그램이 있지만, 이처럼 말만 잘해서 돈을 타가는 프로그램은 처음이어서 실업난에 허덕이고 있는 일본사회의 단면을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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