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KBS 중량급 PD 2명 프리선언 후 연예기획사로

  • 입력 2001년 9월 3일 18시 46분


KBS 드라마국 PD 두 명이 지상파 방송사 대신 엔터테인먼트 사를 선택했다. ‘순수’ ‘컬러’ ‘가을동화’ 등의 드라마들을 히트시킨 윤석호 PD, ‘거짓말’ ‘푸른 안개’ 등의 드라마를 통해 마니아들의 지지를 받았던 표민수 PD가 그 주인공들.

올 초 방영된 KBS 드라마 ‘가을동화’로 3일 한국방송대상 드라마 부문 작품상을 수상한 윤석호 PD는 4일 KBS에 사표를 제출하고 ‘예당 엔터테인먼트’의 제휴사인 ‘팬 엔터테인먼트’로 소속사를 옮겼다.

제작비와는 별도로 회당 1500만원의 연출료를 받는 조건이어서 내년 경 KBS에 납품할 미니시리즈 두 편(40회)으로 총 6억 원을 챙기게 된다.

윤 PD는 “한 곳에 안주하기보다 발전을 위한 변화가 필요했다”면서 “대하극은 물론 영화 같은 새로운 장르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유부남과 재즈 댄서의 가슴아픈 사랑을 다룬 미니시리즈 ‘푸른 안개’로 마니아들의 지지를 받았던 표민수 PD도 올 연말 방영하는 KBS HD(고화질) TV 단막극을 마지막으로 KBS를 떠난다. 그는 팬 엔터테인먼트에서 미니시리즈 한편(20회)을 제작할 예정이다. 표 PD는 “조직원으로 한계를 느끼던 상황에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곳으로 옮겨 밝고 맑은 톤의 개성 있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윤석호, 표민수 PD의 프리 선언은 종합 엔터테인먼트 사로 자리를 옮긴 첫 사례여서 주목된다. MBC의 김종학 이관희 이승렬 이진석, SBS의 정세호 이장수 등 지상파 방송사 출신 PD들이 직접 프로덕션을 세워 드라마 제작을 대행했다면 이번 경우는 PD가 같은 엔터테인먼트 사에 소속된 연기자들을 직접 캐스팅해 드라마를 독자적으로 제작함으로써 방송사에 영향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지상파 출신의 한 프리랜서 PD는 “정당한 대우를 받고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프리랜서 PD는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며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발달로 그 동안 ‘방송사 아래에 있는 연예 기획사’라는 판도가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훈기자>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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