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이요원, 성숙함과 풋풋함의 절묘한 조화

  • 입력 2001년 5월 1일 18시 34분


나이 어린 여자 연기자가 성인 연기자로 거듭나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정반대의 이미지 쌓기다. 만년 아역일 것 같던 이재은이 3년 전 영화 <노랑머리>에서 누드연기를 펼쳐 ‘성인’ 대열에 합류한 것이 대표적이다.
요즘 KBS 2 TV 주말드라마 <푸른 안개>에서 아버지 뻘되는 46세의 유부남과 위험한 사랑을 키워가고 있는 신우 역의 이요원(21)도 비슷한 길을 택했다. 그의 변신은 일단 성공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초 KBS 2 주말드라마 <꼭지> 등에서 조연급으로 출연하며 보여준 다소 촌스러운 순박함은 간데없이, 이요원은 멀쩡한 한 가정을 풍비박산내고 있다.

그것도 꽤 태연스러워 때때로 느와르(형사폭력물) 영화의 단골인 ‘팜므 파탈’(Femme Fatale·요부)을 연상케할 정도다. 어려 보이는 게 싫어 얼마 전에는 트레이드마크였던 덧니도 뺐다.

KBS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원조교제는 안된다’ ‘아니다, 세대를 뛰어넘는 사랑이다’ 등 5000여건의 논쟁은 그의 성공적인 변신을 증명한다. 같은 시간대 편성된 MBC <엄마야 누나야>가 끝나자 시청률도 12%대 이상으로 뛰어올랐다.

그렇다면 이요원이 성인 연기자 그룹에 ‘연착륙’하고 있는 것이 극중 표현대로 신우의 ‘화냥 기질’ 덕이라고만 볼 수 있을까. 일단 그의 얘기를 들어보자.

“투 톤(Two Tone)셔츠 아세요? 몸통 부분과 칼라, 소매 부분의 색깔이 다른 셔츠인데요, 주로 칼라, 소매 색깔은 흰색이죠. 그리고 자켓 속에 감춰진 몸통 부분은 파랗건 노랗건 자기가 원하는 색깔을 골라 입을 수 있거든요. 하여간 제가 그렇게 알쏭달쏭하게 생겼나봐요.”

이 말을 듣고 지난주 "(아줌마도 아프겠지만) 나도 아파요"라며 유부남을 응시하던 신우의 복잡한 표정이 떠올랐다.

"연기라지만 어린 애가 무슨 애욕에 불타는 표정을 지을 수도 없어서 그냥 복잡한 생각을 해봤어요. 극중에서 내 코가 석자인데 아줌마(성재의 아내 경주) 걱정할 여유는 없죠. 그랬더니 주변에서는 불쌍하다고도 하고, 그냥 나쁜 계집애라고도 하고…."

이요원의 자체 분석대로라면, 현재 그의 매력 포인트는 정체가 불분명한 이중성이다. 소녀와 여인, 반듯함과 삐딱함, 여성다움과 중성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필요한 이미지를 발산하는 식이다.

실제로 보고 들은 이요원은 그 자체로 꽤 헷갈리는 이미지를 풍긴다. 고등학생이래도 믿을 만한 어린 얼굴(그는 현재 단국대 연극영화과 3년 재학 중)이지만, 170㎝에 48㎏의 몸매는 분명 성인이다.

에누리없는 깍쟁이같지만 그는 선머슴처럼 털털하며 화법도 시원스럽다. 중고등학생 때는 여자친구가 더 많았고, 왼손잡이라 어릴 적부터 밥먹을 때 꽤 혼나기도 했단다.

헤어지면서 “최근 스타급을 충무로에 뺐겨 여자 연기자 기근으로 허덕이고 있는 방송가에 이요원씨 이미지가 어필하는 것 같다”고 했더니 정작 그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런 이요원은 신인 정재은 감독의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에 주연급으로 캐스팅돼 촬영이 한창 진행중이다.





▼<푸른 안개> 연출자 표민수 PD가 말하는 이요원

<푸른 안개>의 연출이 결정된 후 줄거리를 꾸려 가는 것 이상으로 신우 역의 여자 연기자를 고르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조건은 △아직은 노출이 덜 된 조연 급이고 △유부남과 바람을 피우면서도 시청자들에게 동정심을 유발할 수 있는 마스크에다 △다소 건방질 정도로 당찬 기운이 느껴질 것 등이었다.

수소문과 인터뷰 끝에 이요원으로 결정했고 지금까지는 기대 이상이다. 무엇보다 표정의 스펙트럼이 다양한 것이 장점이다.

특히 이요원의 이러한 ‘팔색조’ 이미지는 동성애(1999년 단막극 <슬픈 유혹>) 등 대개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사안을 한 두 번 비틀거나 은유적으로 표현해보겠다는 내 연출 스타일과 잘 들어맞는다.

물론 가끔은 연출자로서 내 감정 이입이 쉽지 않아 애를 먹을 때도 있긴 하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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