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동아]최진실·조성민 신혼여행 동행취재기

  • 입력 2000년 12월 29일 16시 07분


지난 12월9일 오후 인도양의 휴양지인 몰디브의 카니 리조트 클럽 메드 풀장에서 “최진실씨” 하고 불렀을 때 돌아온 반응은 “어머머머”였다. 최진실과 나란히 누워 적도의 햇살을 즐기던 조성민은 ‘이 사람은 또 뭐하는 사람이야’하는 표정을 지었다. 최진실은 의외의 장소에서 뜻밖의 사람을 만나 놀랐고 조성민은 신혼여행지에서도 자신들을 알아보고 사인공세를 벌이는 한국인들에게 수없이 시달린 뒤였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출장을 통보받은 것은 12월6일 오후. 그때부터 갑작스레 비행기편을 수소문했지만 싱가포르까지 가는 비행기표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어렵게 비행기표를 구하고 나니 이번에는 숙소가 문제였다. 최진실·조성민 부부가 묵고 있던 클럽 메드측에서 한국기자들에게 방을 줄 수 없다고 버텼다. 두 사람이‘호젓하게 신혼여행을 즐기고 싶다’며 취재진의 접근을 차단해달라고 강력히 요청한 것. 결국 인근 섬에 숙소를 정하고 최진실과 접촉한다는 차선책을 택했다.

그렇게 12월7일 비행기를 타고 서울을 떠나 8일 새벽 몰디브의 파라다이스 섬에 있는 빌라 호텔에 투숙했다. 다음날‘인터뷰에 응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하는 불안한 마음을 가슴 한쪽에 숨기고 거금 1백50달러를 들여 배를 빌려 타고 카니 리조트로 달려갔다.

우리를 안내한 가이드는 “클럽 메드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 사람에, 그것도 기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쫓겨날 수도 있다”고 조심할 것을 신신당부했다. 억세게 운이 좋았던 것일까. 선착장에 내려 바닷가 풀을 바라보는 순간 최진실·조성민 커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덩치 큰 남자와 조그마한 여자를 찾다보니 한눈에 그들이 들어왔다.

신혼 부부 취재 위해 몰래 잠입

익명성이 보장되어서인지 온몸의 곡선이 드러나는 비키니와 수영팬티 차림으로 의자에 길게 드러누운 두 사람은 만화책(서울 압구정동의 한 만화대여점에서 70여권을 협찬받아 비행기에 싣고 왔다)에 빠져있었다.

최진실은 “어머머머”라는 외침 이후 “오빠 잠깐만” 하더니 황급히 랩으로 비키니 하의를 가리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안면이 있는 최진실에게 신혼여행 취재 의도를 설명했더니 최진실은 “잠깐만” 하고 새신랑 조성민과 20여분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결과는 “내일 어차피 신혼여행을 마련해준 클럽 메드를 위한 사진촬영이 있으니 2, 3시간 정도 시간을 내주겠다”는 것이었다.

기분좋게 숙소가 있는 파라다이스 섬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사진기자와 함께 다시 카니 리조트로 들어갔다. 도착하니 최진실·조성민의 태도가 달라졌다. 취재를 하기로 약속을 했으니 최선을 다하겠다는 그들의 모습에서 ‘역시 프로’라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적도 인근의 뜨거운 태양, 그것도 가장 덥다는 오후 2시를 전후해 사진촬영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찍는 사람이나 찍히는 사람 모두 온몸이 땀투성이였다. 사진작업을 하면서도 묘한 신경전이 계속됐다. 신혼여행지, 그것도 뜨거운 해변에서 수영복 차림을 요구하는 사진기자와 만인에게 공개될 사진에서 비키니나 수영팬티를 입을 수는 없다는 신혼부부와의 신경전이었다.

촬영중간에 조성민은 갑자기 윈드 서핑을 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사진 포즈를 위해 생전 처음 타본 윈드 서핑에 재미를 붙였던 것. 한 시간 여를 기다렸다. 조성민은 수없이 물에 빠지면서도 열심히 윈드 서핑에 도전했다. 한 시간이 지나서야 바다에서 나온 조성민의 말은“한 50번은 빠졌네”였다. 그리고 다시 사진 촬영 시작. 간신히 최진실을 설득해 비키니 사진 촬영에 성공했다. 중간중간 얘기를 들으며 3시간 정도 진행된 사진촬영을 끝내고는 약속대로‘일 그만’을 외쳤다.

이후부터는 신혼부부와 취재진인 시커먼 두 남자와의 재미난 이야기가 시작됐다. 조성민은 쉽게 친해진 기자에게 “신혼인데 벌써 친구들하고 놀러갈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도대체 말을 안들어요”라는 등의 투정을 했고 최진실은 “오빠, 남자들 다 저래요?”라며 투덜거렸다. 풀에서 뜨거운 포옹과 키스를 나누고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도 키스를 하는 등 충분히 익명성을 즐기던 이들이 벌써 귀여운 다툼을 시작한 것.

현지를 찾은 휴양객 등 극소수의 한국인들과 신혼부부들에게 최진실·조성민 커플은 초미의 관심사. 두 사람이 다투는 모습이 목격되면 “둘 사이가 심상치 않다”며 수군대곤 했다.

두 사람은 여러가지 사소한(?) 사안에서 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아이를 두 명을 낳니 세 명을 낳니, 결혼 후 최진실이 연예활동을 하니 마니, 최진실이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니 마니 등등. 특히 조성민은 최진실의 계약 잔여분이 남은 MBC 드라마 얘기가 나올 때마다 얼굴을 붉히며 “그 얘기 그만”을 외쳤다. 그만큼 신혼기간에 함께 있고 싶은 욕망이 큰 모양이었다.

조성민의 일어 실력에 뿌듯해 한 최진실

뜨거운 사랑에 눈이 멀었던 이들은 평생을 함께 할 부부가 된 후부터 의견충돌을 벌이고 있었지만 ‘사랑’이 모든 것을 감싸고 있었다. 조성민이 삐치면 최진실이 “자기야”를 외치며 팔짱을 꼈고, 최진실이 뾰로통해지면 덩치 큰 조성민이 꼬리를 내리며 “그래 그래” 하고 있었다.

그렇게 귀여운 다툼을 구경하고는 오후 늦은 시간 파라다이스 섬으로 건너갔다. 그런데 웬 마른 하늘에 날벼락. 회사에서는 며칠 더 잔류할 것을 명령했다. ‘에라, 이렇게 된 김에’라는 생각으로 클럽 메드에 전화를 걸어 한국인 스태프를 찾았다. 방을 구해달라고 하소연하기 위한 것. 그리고 이번에는 너무 쉽게 구했다. 한국에서는 그렇게도 없다던 방을 구하는 일이 최진실·조성민과 얼굴을 맞대고 나니 쉽기만 했다.

12월10일 오후 클럽 메드에서 혼자서 걸어오는 조성민을 발견했을 때 조성민의 반응은 “어, 또 오셨네”였다. 사진기자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1시간여를 지내고 났을 때 마사지를 끝내고 나오던 길에 만난 조성민은 “최양 못 보셨어요?” 하고 물었다. 남편도 모르는 최양을 우리가 어디서 보나. 또 두 사람이 다툰 모양이었다. 그리고 저녁식사 시간에도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다음 날인 11일 늦은 아침. 최진실과 조성민의 다정한 모습이 다시 식당에서 발견됐다. 최진실은“어제 밤새도록 성민씨가 끙끙거렸어요. 두통 때문에 아파하는 성민씨를 보니까 가슴이 아파서 저도 잠 한숨 못잤어요”라며 눈물까지 글썽였다. 조성민의 말에 따르면 언제부터인가 두통이 생겨 뇌종양이 아닌가 하고 병원을 찾은 적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밤새 아파서 고생할 때 곁에 최진실이 있어서 너무 뿌듯했다고 한다. “이런 것이 결혼이구나”하고 새삼스레 느꼈다는 것이다.

이날은 거의 하루 종일을 함께 풀에서 보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조성민의 자상함을 느꼈다. 최진실이 “자기야, 아이스 티 먹고 싶어” 하면 조성민은 그 큰 덩치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성민이 자리를 비운 사이 최진실이 들려준 얘기가 재미있다.

“오빠, 성민씨에게 이것저것 시키는 내가 밉지? 그래도 성민씨가 고마워. 서울 돌아가면 그만해야지. 내가 집에서 하던 버릇이 남아서 그래.”

저녁식사 시간에는 조성민과 최진실의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시작됐다. 한마디로 조성민의 순애보였다. 최진실이 조성민을 꽤나 애달게 만들었던 모양이다. 최진실을 향해 쏟은 그의 사랑이야기를 들으며 “진실이 언니 잘해야 되겠어”하고 말했고 그럴 때마다 최진실은 “행복하게 살게요”라고 대답했다.

조성민은 클럽 메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남성이었다. 190㎝가 넘는 키에 100㎏이 조금 넘는 건장한 체격인 그는 서양 남자 누구에게도 체격에서 뒤지지 않았다. 게다가 얼굴도 잘 생겼으니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저녁 식사후 클럽 메드측에서 마련한 쇼에 참석한 조성민은 자신이 지목될 때마다 주저없이 뛰어나갔고 사람들은 그의 코믹한 몸동작에 박수를 쳐댔다. 코너가 진행될 때마다 손님들은 조성민을 쳐다보았다. 조성민은 처음부터 카니 리조트 클럽 메드의 스타였다. 일본 휴양객들 대부분이 그를 알아보았고 조성민은 친절하게 응대했다. 조성민의 입에서 나오는 일본어는 완벽했다. 그럴 때마다 최진실은“한국에 가보자고. 누가 더 스타인가”라며 질투심을 드러냈지만 얼굴에는‘훌륭한 남편’을 둔 뿌듯함이 담겨 있었다.

12월12일에는 조성민의 주도로 스노클닝을 하기 위해 바다로 나갔다. 물을 싫어하는 최진실은 형형색색의 물고기를 본다는 기대로 배에 탔지만 바람이 문제였다. 배가 흔들리자 최진실이 멀미를 할 기세를 보였다. 차라리 바다로 뛰어들면 괜찮다고 설득했지만 얼굴이 하얘진 최진실은 요지부동. 배 위에서 잔뜩 찌푸리고만 있었다. 바다에 뛰어들었던 조성민이 배로 돌아와 안절부절 못했다. 섬으로 빨리 돌아가고 싶었지만 함께 나간 사람들 때문에 불가능한 일. 최진실은 40분여를 힘겹게 버텨냈고 그를 감싸안은 조성민의 얼굴은 그야말로 흙빛이었다.

저녁을 먹기 위해 찾은 식당에서 조성민의 최진실 보살피기는 극성스러울 정도. 이것저것 먹을 것을 챙겨오고 “이거 먹어봐”를 연발했다. 7, 8차례 오가던 조성민은 “사람들은 내가 엄청 먹는 줄 알 거야”라고 외쳤다. 이날 조성민은 클럽 메드를 찾은 손님들중 대표로 선발되어 쇼 공연을 시작했다. 잘 생기고 덩치도 좋으니 클럽 메드측에서 일찌감치 섭외한 모양이다.

마음 같아서는 신혼여행이 끝나는 날까지 함께 있고 싶었지만 신혼부부에게도 둘만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12월13일 먼저 서울로 돌아왔다. “최진실, 조성민씨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기고:최용기 스포츠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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