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MBC <성공시대>, 브루클린의 장애인 검찰청 부장

  • 입력 2000년 12월 21일 19시 32분


24일 방영될 MBC ‘다큐멘터리 성공시대’(밤 9시45분)는 해외특집으로 장애인의 몸으로 뉴욕 검찰청 강력계 부장검사가 된 정범진씨(34·미국명 알렉스 정)의 사연을 소개한다.

76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간 정 부장검사는 어깨 아래로는 몸을 가눌 수 없는 전신마비 장애인. 대소변을 보는 것은 물론 옷을 갈아입는 것 조차 혼자 할 수 없다. 그런 그가지난해 미국 검사들 사이에서도 경쟁이 가장 치열한 강력계의 최연소(33세) 부장검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굳은 의지와 장애인을 특별우대하는 미국의 사회구조 때문이었다.

176㎝의 키에 못하는 운동이 없을 정도로 건장한 체력을 자랑하던 청년 정범진은 조지 워싱턴대 법과대 재학 중이던 92년, 25세의 나이에 갑작스럽게 당한 교통사고로 전신마비 장애인이 됐다. 이 사고로 인해 그는 결혼을 약속했던 여자친구로부터도 버림받는 등 절망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어느날 자신보다 더 심한 장애인이 낫소 카운티 검찰청 검사가 되어 정상인과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는 용기를 얻어 93년 법과대학원으로 돌아가 1년만에 남은 과정을 마치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한다.

‘성공시대’ 제작팀이 정씨의 성공 비결로 꼽은 첫번째는 그의 굳은 집념이다. 서류를 넘기는 일이나 키보드를 두드리는 간단한 일조차 남보다 몇 배의 시간이 더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철저한 준비로 부임 3년간 단 한번도 패소한 적이 없었다.

장애인을 편견 없이 받아들이는 미국의 사회구조도 그의 성공을 가능케 했다. 정씨는 초창기 자신이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법정에 들어온 판사가 ‘모두 기립하시오’라고 외쳐 당황했던 적을 빼고는 한 번도 차별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기억한다.

미국 정부는 정씨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자 엄청난 액수의 치료비 전액을 지원해준 것은 물론 학업을 재개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등하교용 차량과 기사는 물론 12시간 간병인까지 붙여줬다. 브루클린 검찰청 역시 그가 편안하게 업무에 임할 수 있도록 별도의 인원을 채용해줬다.

이모현 PD는 “정씨의 명석한 두뇌와 쾌활한 성격도 놀라운 것이었지만 미국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더욱 놀라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