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잘나가는 MC겸 가수 이현우 "내 개인기는 어눌함"

  • 입력 2000년 12월 6일 19시 09분


○…가수 이현우(34)는 요즘 본업인 노래 뿐아니라 방송 진행 등으로 분주하다. 인터뷰 요청을 했으나 자정에야 그를 만날 수 있었다.

MBC 라디오 ‘FM 플러스’(밤 10시)의 진행을 마친 직후다. 낮에는 SBS ‘이홍렬 쇼’의 코너 ‘대결 참참참’녹화에 타 방송사의 라디오 출연 등으로 짬이 없었다고 했다. 이현우의 방송 일정은 이처럼 빼곡하다. 연말 특집철인 요즘은 더욱 눈코뜰새가 없다.

그는 달변도 아니고 튀지도 않는다. 썰렁한데다 반응도 느린 편. 그런데도 PD들은 출연 섭외 0순위에 그를 올려놓고 있다. 어떤 매력때문일까.

박해선 KBS 부주간은 “그는 절제의 미학과 지적인 겸손함을 갖춘데다 예술적인 센스가 있어 말의 성찬이 가득한 오락프로에서 오히려 ‘튀어’ 보인다”고 말한다. 시청자 김은지(27·전주시 인후동)씨는 “화려한 개인기도 없고 말솜씨도 어눌하지만 수더분한 모습으로 인간적인 냄새를 풍긴다”며 동의한다.

이현우는 이에대해 “그런가요”라고 짧게 말한다.

“시청자들이 ‘저런 사람도 방송에 나오나’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 말장난이 유행하는 TV에서 내가 설 자리가 그리 넓지 않거든요. 시대가 좋아진 덕분이죠.”

그는 MBC ‘수요예술무대’ 등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사전에 대본을 거의 보지 않는다. 그때 그때 물음이나 상황에 따라 요점이나 메시지를 진솔하게 대답하는 게 가장 편하기 때문. 그러다보니 가시돋친 이야기도 서슴없다. 언젠가 TV에서 “립싱크 가수는 가수도 아니다”고 말해 댄스그룹 팬들에게 “너는 얼마나 노래를 잘하냐”는 항의성 E메일을 엄청 받았다.

기자도 그런 E메일을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그래요? 그런 E메일 받으면 답답해요. 팬들의 맹신이 가요의 비평을 저해합니다.”

그는 노총각이다.

얼마전 SBS ‘기분 좋은 밤’의 ‘결혼할까요’에 출연한 적 있다. 좋은 여성을 소개받는다는 ‘보통 남자’의 심정으로 나갔다. 두 사람의 분위기도 좋았고 “잘 됐으면 좋겠다”는 E메일도 받았다. 그러나 두 사람이 가십 기사의 대상이 되면서 이현우는 ‘애프터 전화’를 하지 못했다고. 그는 “방송은 역시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관계임을 실감했다”고 말한다.

연예계에서 그는 별명이 없다.

“참 다행이에요. 만약에 터프 가이나 귀공자라는 별명을 얻었다면 평생 그렇게 살아야 하는데 얼마나 불편하겠어요. 대중들은 파파라치 못지 않을 때도 있거든요.”

그는 최근 담배를 끊는 등 ‘지독한 의지’를 보였다. 그런데도 그 이유가 이현우답다.

“어느 날 기관지가 안좋아 하루만 참아보자는 게 몇 달 됐어요. 몸의 변화를 느끼면 금연이 어렵지 않아요.”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한시간 반이 훌쩍 넘었다. 새벽 공기를 마시며 이야기를 더하자고 했다. 그러자 매니저가 “내일 오전에 녹음이 있는데”라며 걱정한다. 최근 그는 오전에는 내년초에 나올 7집을 준비하고 있다.

▼남은 이야기들…▼

△“내년에 개인전도 갖고 싶다.”〓이현우는 뉴욕 파슨스대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그림은 추상화 계열. 그는 “늘 현실과 거리가 먼 꿈을 꾸니까 그림도 그렇게 나온다”고.

△“연기자는 카멜레온 같아야 한다.”〓올 여름 인터넷 영화 ‘메이’에서 주연 배우로 데뷔했다. 그러나 워낙 연기를 못해 창피스럽다며 앞으로는 함부로 나서지 않겠다고.

△“그릇이 쌓이기 전에 설거지를 한다. 방에도 거의 가구를 들여놓지 않는다.”〓독신 생활의 지혜다. 그릇도 약간 지저분할 때 빨리 치워야 한다. 곰팡이가 슬면 난감하다. 집도 깨끗해보이려고 모델하우스처럼 빈 공간을 많이 둔다.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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