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시대극의 스케일 vs 트렌디물의 잔잔함

  • 입력 2000년 11월 29일 19시 51분


2억원 대 5천만원, 남성드라마 대 여성드라마, 시대극 대 트렌디 드라마….

29일부터 수, 목요일 밤 10시에 맞붙기 시작한 MBC ‘황금시대’와 SBS ‘여자만세’는 여러모로 대비되는 드라마다.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작품의 스케일. 1920년대부터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인 ‘황금시대’는 제작비가 편당 2억원에 이르는 ‘대작’이다.

이를 과시라도 하듯 첫회 방영분에서는 스토리 전개는 다소 느리지만 풍부한 ‘볼거리’를 집중적으로 내보냈다. 첫 회에 등장한 부산항의 부두장면은 세트 제작비만 1억4000만원이 들었다. 극 중 여덟살인 주인공들이 밀항하기 위해 탄 배는 3200t짜리다. 출항 장면에 등장한 엑스트라만도 180명.

반면 ‘여자만세’는 미니시리즈의 통상적인 제작비라고 할 수 있는 편당 5000만원 정도가 들어간 ‘소품’.

내용면에서도 차이가 뚜렷하다. ‘황금시대’는 연출자(이승렬PD)의 말처럼 “선이 굵고 박진감 넘치는 남성드라마”다. 일제하에서 민족자본을 지키기 위해 민족계 은행을 설립하려는 청년(차인표)과 친일자본가(박상원)가 주인공이다. 두 사람 사이에서 삼각관계를 이루게 되는 김혜수는 ‘주인공’보다는 ‘여주인공’에 가까운 역할.

반면 ‘여자만세’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여성’에 무게가 실린 드라마. 당연히 극의 비중도 남자 배역보다는 여주인공인 채시라와 채림 쪽에 치우쳐 있다. 남자가 삶의 전부인양 생각하던 나약한 여성이 실연당한 후 여성으로서 당당하게 자기 삶을 꾸려나가게 되는 과정을 가볍고 코믹하게 다룬 현대적 트렌디물.

제작일정 차질로 예정보다 방영이 늦어진 ‘황금시대’측에서는 2주 먼저 시작, 26∼30%의 높은 시청률로 이미 궤도에 올라있는 SBS ‘여자만세’를 뒤쫓아야 한다는 점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황금시대’의 제작자 김종학씨와 ‘여자만세’의 작가 박예랑씨와의 기묘한 인연도 화제거리. 김종학씨와 박예랑씨는 지난해 방영된 월화드라마 ‘고스트’(SBS)와 ‘마지막 전쟁’(MBC)에서 각각 제작과 극본을 맡아 대결을 벌였기 때문. 당시 ‘고스트’는 편당 1억원을 넘는 막대한 제작비로 화제를 모았으나 제작비를 훨씬 적게 쓴 ‘마지막 전쟁’에 완패했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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