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iTV<김형곤 쇼>심하다 했더니 결국 '퇴출'

  • 입력 2000년 11월 28일 18시 59분


방송위원회가 저질 TV 프로그램에 대해 뒤늦게 ‘칼’을 뽑아들었다.

방송위원회는 28일 경인방송(iTV)에서 방영되고 있는 ‘김형곤 쇼’(금요일 밤 10시45분)에 대해 ‘해당 방송프로그램의 중지’와 ‘프로그램 관계자에 대한 징계’를 명령했다. 이에 따라 이 프로는 폐지된다.

방송위원회에 프로그램 중지권을 부여한 통합방송법이 올 3월 시행된 이후 이같은 방송중지 조치는 지상파와 케이블을 통틀어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러나 방송 프로의 선정성 폭력성이 갈수록 심해지는 데도 방송위원회가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바람에 ‘김형곤 쇼’와 같은 저질내용이 방송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형곤 쇼’는 3일, 10일, 17일 방송에서 성과 관련된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표현과 저질 발언을 한 것이 문제가 됐다. 특히 이 프로는 종군위안부로 끌려간 여성의 이야기를 농담의 소재로 사용하기도 했을 뿐 아니라 “조깅을 하며 칼국수를 좋아하면 머리가 나빠진다”며 “그러다가 ‘그 분’이 결국 IMF로 몰고 갔잖아” 등의 발언으로 전직 대통령을 지나치게 희화화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방송위원회는 방송 내용 중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를 과다 복용한 노인이 심장마비로 사망했으나 관뚜껑이 닫히지 않았다는 내용 △한시(漢詩)의 해석을 빙자해 성기를 지칭하는 등 비속어 사용 △부부관계를 노골적으로 묘사한 성적 농담 등을 프로그램 중지명령 이유로 밝혔다.

방송위원회는 올 출범한 이후 지난달까지 지상파 방송 내용에 대해 모두 631건의 경고, 주의, 또는 시청자에 대한 사과 등 제재를 내렸으며 이 중 72건이 선정성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그러나 방송위원회의 징계 내용이 주의 경고 등 형식적인 수준에 그쳐 방송 개선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경실련 미디어워치의 김태연간사는 “KBS MBC SBS 등 공중파 방송 3사의 심야 연예 오락프로그램에도 선정적이고 저질스런 내용이 많지만 좀처럼 개선이 안되고 있다”며 “방송위는 케이블이나 경인방송처럼 ‘힘없는’ 방송 뿐만 아니라 방송 3사에 대해서도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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