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왕건의 두 여인, 박상아-염정아 2色 매력대결

  • 입력 2000년 11월 26일 18시 34분


고려 태조 왕건의 부인은 모두 29명이었다. 그는 호족 딸들과의 혼인정책으로 유대관계를 강화했고 29명의 부인 사이에서 아들 25명과 딸 9명을 낳았다.

최근 KBS 대하사극 ‘태조 왕건’이 인기를 끄는 데는 남자들의 피비린내 나는 권력투쟁과 함께 왕건의 여인들도 한 몫을 하고 있다. 특히 왕건의 첫째 부인 류씨(신혜왕후·박상아)와 둘째 부인 오씨(장화왕후·염정아)는 대조적인 캐릭터로 드라마의 재미를 한층 높여주고 있다. 류씨는 정숙하고 현명한 여성으로, 오씨는 장부형 여성으로 극 중 긴장의 한 축을 이룬다.

이들의 캐릭터는 픽션화된 대목이 있다. 오씨가 갑옷을 입고 왕건의 나주(금성) 침공을 안내하거나 왕건에게 직접 프로포즈하는 대목 등은 픽션이다. 김종선 PD는 “당시 오씨 집안이 견훤에게 핍박받았다는 정황을 토대로 오씨 부인의 역할을 꾸몄다”고 말한다.

일부 자료에서 오씨는 미인도 아니었고 권력을 위해 궁중 암투를 서슴지 않는 여성으로 묘사된다. 특히 왕건이 오씨와 관계를 가지면서 질외 사정을 하지만 오씨는 그 정액을 다시 자기 몸에 넣어 아들(혜종)을 낳았다는 야사가 전해온다.

박상아와 염정아는 28세 동갑으로 중앙대 연극영화과 동문(염정아가 2년 선배)이다. 두 사람은 극 중 캐릭터가 실제 성격과 닮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박상아는 여리고 솔직한데 비해 염정아는 쾌활하고 적극적이기 때문.

박상아는 “류씨 부인은 정숙하지만 왕건이 궁예에게 반란을 도모할 때 갑옷을 입혀줄 만큼 외유내강형”이라며 “나도 잘못을 보면 당당하게 말하는 성격”이라고 말했다. 박상아는 방송가에서 카리스마는 적으나 신뢰감 높은 여성 연기자로 꼽힌다. ‘젊은이의 양지’ ‘꼭지’ 등에서 주연을 맡았던 박상아는 강렬함보다는 편안한 이미지로 남아 있다.

그는 “카리스마가 억지로 나오느냐”며 “사극은 다소 과장된 연기를 요구하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KBS 2TV의 ‘야 한밤에’는 박상아의 성격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프로. 그는 이 프로의 ‘싱글 파티’ 코너에서 푼수같은 솔직함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생각나는대로 대답하는 게 10대들에게 좋은 느낌을 주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에 반해 염정아는 오씨 역을 통해 ‘한국의 잔다르크’라는 별명을 얻고 있다. 말타고 갑옷입은 채 군사들에게 “불화살을 쏴라”고 호령하는 등 여장부 역을 톡톡히 해냈기 때문. 1000여명이 나오는 대규모 전쟁 신에서 염정아는 홍일점. 그는 이 캐릭터에 대해 “멋있잖아요”라며 짧게 대답했다.

그는 “실제 오씨는 표독스런 성격인 것 같은데 극 중에서 집안을 이끌며 왕건을 돕는 인물로 묘사되는 게 다행”이라며 “오씨가 극 중에서 내뿜는 카리스마가 무엇보다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염정아는 ‘인간의 땅’ 등의 드라마에서 강인하고 차가운 이미지를 남겼다. 이에 따라 오씨 역도 그의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는 평을 듣는다. 그는 “사극 출연을 망설였는데 연기생활 10년 중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태조 왕건’에서 류씨가 왕건의 집으로 들어옴에 따라 두 여성은 한 지붕 밑에서 지낸다. 제작진은 극 중 재미를 위해 여전히 두 여성의 멜로적 긴장을 적지 않게 배치할 계획. 김종선PD는 “지금은 염정아가 두드러지지만 곧 박상아의 역할이 균형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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