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KBS일일극<좋은 걸 어떡해>,사이코 대 왕자님의 혈전

  • 입력 2000년 10월 1일 18시 57분


KBS 일일드라마 <좋은 걸 어떡해>를 보고 나면 참 내 인생이 무료(?)해 보인다.

어쩜 그렇게 하루하루 천당과 지옥을 오락가락하는지. 그야말로 "러브 스토리"와 "미저리"가 동시상영되는 인생이 거기 있다.

<좋은 걸 어떡해> 간단하게 말해 착한 이혼녀 수경이의 눈물겨운 재혼기다. 수경이(정선경)는 얼굴도 이쁘고 마음씨도 착한데다 직업은 약사인 참한 색시감이다. 다만 사람 보는 눈은 영 아닌지 남편에게 죽도록 얻어맞고 살다가 결혼 두 달 만에 이혼한다. 그리고는 두어 달만에 재혼을 하는데(워낙 이쁘다...) 이 남자는 전 남편과 180도, 100%, 완전히 다르다. 정말이지 한 여자가 고를 수 있는 최악의 남자와 최상의 남자를 몇 달만에 갈아치운다.(워낙 똑똑하다...)

이 두 남자는 그야말로 연구대상. 전 남편 석진(홍학표)은 '싸이코'다. 겉으론 멀쩡한 의사지만 시도 때도 없이 수경이를 두들겨패다 결국 이혼한다. 그래놓고 사나이 자존심인지, 남 잘되는 꼴 못보는 심술인지 수경이의 재혼에 한사코 딴지건다. 요즘은 스토킹도 한다.

현재 남편 장수(정보석)는 이런 사이코로부터 수경을 구출해준 백마 탄 왕자님이다. 부유하고 화목한 집안에서 자란 실력있는 의사 선생님, 다정다감은 기본이고 부모 형제보다 사랑하는 여자의 행복이 우선이라니(대한민국에 이런 장남이 있을까?). 어느 여자가 마다하랴.

사이코의 사슬에서 벗어나 왕자님과 결혼했으니 다 잘된 거 아니냐구? 시청률 1, 2위를 다투는 이 드라마를 얕보지 마시길... 이젠 좀 편안히 살아도 될 듯한 수경이는 뒤늦게 석진의 아이를 임신한 것을 알게 되고(약사 맞아?) 우물쭈물 징징거리다 이젠 꼼짝없이 아이를 낳게 생겼다(내 그럴 줄 알았지...). 사이코는 기다렸다는 듯 미쳐 날뛰고 왕자님은 당연하다는 듯 아이까지도 받아들이려 한다. 수경이의 배가 불러올수록 두 남자는 죽기살기로 으르렁대며 미움의 극치, 갈등의 극치, 불행의 극치로 치달을 태세다.

여자 콩쥐 팥쥐가 등장하던 다른 드라마들처럼 <좋은 걸 어떡해>도 사이코와 왕자님의 혈전에 쉽게 빠져들게 된다. "내 저 놈 망하는 꼴을 봐야지" "쟤들 행복하게 사는 걸 봐야지..."하는 심정에 매일밤 충성스럽게 TV 앞에 앉게 된다. 이젠 왠만한 뻔뻔함이나 교활함은 애교로 넘길만큼 수많은 여자 팥쥐들을 봐왔지만 이번 사이코는 격이 다르고 왕자님의 포용력은 부처님도 저리가라다. 이 두 남자는 도대체 있을 법하지가 않다. "끝을 보고 말리라"는 두 남자의 끝없는 갈등은 문득문득 섬뜩하다(그런 면에서는 두 남자가 비슷하게 황소고집이다).

드라마가 현실과 꼭 같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드라마의 재미는 우리도 겪을 법한 일상의 잔잔한 재미와 감동을 TV에서 만났을 때가 아닐까? 매일밤 어서 사이코가 정신차리길, 왕자님이 사랑의 주문에서 풀려나길 비는 내 바람과는 상관없이 지극히 "드라마틱"한 이 드라마는 승승장구다.

종종 장수에게 묻고 싶어진다. "왜 그러고 사니?"하고. 아마 그는 "좋은 걸 어떡해, 사랑하는 걸 어떡해?"라고 답하리라. 제목 하나는 걸작이다.

조수영 <동아닷컴 객원기자> swimch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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