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리뷰]SBS 'TV대발견'에 분노한 시청자들

  • 입력 2000년 9월 20일 18시 34분


한 엄마가 자신의 손으로 친아들 형제 2명을 무참히 살해한다. 보험금을 타기 위해서 칼로 몇 번씩이나 찌르고 난 뒤, 긴급구조 911에 태연하게 전화해 어떤 침입자의 소행이라고 거짓말까지 하는데…카메라는 엄마의 손에서 뚝뚝 떨어지고 있는 피의 흔적을 따라간다.

지난 16일 오후 6시50분 SBS 이홍렬의 '메디컬 디텍티브'에서 다뤘던 내용이다. <공개수배 사건 25시>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나 방송될 만한 이 자극적이고 무시무시한 살인사건을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TV를 시청하는 시간대에 보여준 것이다.

도대체 인체의 놀라운 비밀을 과학적으로 분석한다는 기획의도는 어디로 가고 잔인하고 엽기적인 비디오로 시청자들을 분노에 떨게 하는 걸까. 엄마가 아들을 살해하는 반윤리적인 이날 방송은 방송사의 시청률 경쟁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가를 보여주었다.

"7살짜리 애가 이틀 동안 잠을 못자고 있다. 칼을 들고 있는 장면이 나타나는 악몽에 밤새 시달린 것에 제작진은 책임져라."

"아들과 같이 시청하다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들 아이가 TV 시청후 '엄마, 나 죽이지 마'라고 하는데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이처럼 선정적이고 무책임한 제작진을 질타하는 시청자들의 원성이 무성하다.

미국에서 뚜렷한 증거 자료 없이 제작돼 여과없이 방영되고 있는 '메디컬 디텍티브' 코너는 '법의학' 소개라는 명목으로 매주 연쇄살인사건의 비밀, 변사체로 발견된 의문의 죽음 등의 소재를 다루고 있다.

충격만 던져주는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에게 어떠한 해답도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잘 포장된 음향과 화면으로 인간의 폭력적인 심리를 교묘하게 자극할 뿐이다. 더구나 이런 잔인한 내용에 뭐가 즐거운지 환호하고 박수치는 방청객들 때문에 시청자는 더더욱 괴롭다.

오락프로그램까지 교훈적이었으면 하는 바람은 지나친 기대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자극적인 내용이라면 최소한 주말 프라임 시간대는 피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것이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오현주 <동아닷컴 기자>vividr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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