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만화축제 '코믹마켓'…25년 전통, 넘치는 인파 '저변' 실감

  • 입력 2000년 8월 17일 19시 10분


<<최근 일본 도쿄에서 열렸던 세계최대의 만화축제 ‘코믹마켓’에 한국 만화업체로는 처음으로 ㈜코믹애드가 아마추어 작가들의 작품집 ‘그림(grim)’을 들고 참여했다. 다음은 코믹애드 대표인 장훈철씨가 보내온 ‘코믹마켓’ 참관기. >>

11일 오전 9시 일본 도쿄의 국제 전시장. 아침부터 찌는 듯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줄을 늘어서 있었다.

‘철야조(徹夜組)’라고 불리는 이들은 이곳에서 밤샘한 사람들. 이들의 목적은 오직 하나, 코믹마켓 전시장에 먼저 들어가 마음에 드는 만화 동인지를 사는 것이었다.

75년부터 시작돼 58회째를 맞는 코믹마켓에는 세계 각국에서 3만5000∼4만개 정도의 만화 동아리가 참여한다. 동아리 뿐만 아니라 만화 신간 및 게임, 애니메이션 제작발표회까지 일본의 만화 관련자들이 대거 모였다.

오전 10시. 4열 종대의 거대한 행렬은 전시장 안으로 서서히 입장하기 시작했다.

일단 전시장에 들어선 사람들은 안내표를 보면서 자신이 원하는 동아리 부스로 재빨리 이동했다.

이번 행사에는 ‘고양이 저택’ ‘크리스마스 노트’ ‘성알마텐교회’ ‘육도관’ ‘절대소녀’등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만화 동호회들이 참가했으며 이들은 행사기간 3일 동안에 1만부가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한편 기업 부스에는 트레이딩 카드라는 만화캐릭터로 유명한 ‘TI TOKYO’, 동인지 위탁판매업체인 ‘토라노아나’, 애니메이션 업체인 ‘가이낙스’, 만화출판사 ‘소학관’ 등이 참여했다. 이들 업체의 상품을 사려면 보통 2∼3시간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으며 맨 끝줄에 선 사람은 혼란을 막기 위해 ‘최후미(最後尾)’라는 표찰을 들고 있어야 할 정도였다. 이번 코믹마켓에 참여한 일본 만화 동호회의 동인지 및 기업의 상품들은 50% 이상이 야오이(동성애)를 다룬 작품과 성인물이었다. 또 한국의 동호회에 비해 숫자 면에서는 25배나 많은 동호회가 참가했지만 대부분의 동인지가 유명만화의 캐릭터를 모방한 패러디 작품이었다. 스스로 개발한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하는 창작동인지는 한국보다 찾아보기 힘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차츰 인기를 끌고 있는 코스튬 플레이의 경우 우선 2∼3만명에 달하는 동호인의 숫자와 그들이 연출해 내는 캐릭터들의 다양함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들은 주최측이 마련한 널찍한 탈의실에서 만화의상을 갈아입고 전용 무대에서 마음껏 만화 속 주인공들의 모습을 연출했다. 마지막 날인 13일은 태풍의 영향으로 비바람이 심해서 관람객이 별로 없겠거니 생각했지만 막상 행사장에 도착하니 첫날보다 더 많은 관객들이 우산을 부여잡고 모여있는 것을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 만화에 대해 말초적인 소재와 고도화된 상업술로 포장된 상품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도 적지 않지만 비바람을 맞으며 줄을 선 수많은 만화동호인들이 바로 일본 만화의 저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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