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염색]헤어컬러링 붐…연예인 따라하기 성격

  • 입력 2000년 8월 3일 18시 59분


“‘유지태 블루’가 있다면서요. 그걸로 해주세요.”

오승석씨(25·경희대 경영4)는 취업을 앞둔 시기에 머리 염색은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너도 나도 하는데 별 문제 되겠어요”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다. 물론 자신도 작년까진 ‘양아치’티 낼 일 있느냐며 물들인 머리를 극구 사양하긴 했다.

머리카락이 검은색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사라지고 있다. 그렇다고 비슷한 갈색 계열이 아니라 그야말로 형형색색 울긋불긋의 오렌지 와인 레드 골드 거기다 무색무취의 화이트와 실버까지. 거리의 10대에서부터 20, 30대 직장인, 40대 주부들까지 너나할 것 없이 ‘컬러링’에 취해 살고 있다. ‘유행’도 아니다. 그저 커트나 파마처럼 대중화 보편화된 단계다.

◆오렌지색, 와인색 '울긋불긋'

여러 가지 색조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주종은 골드.

여름 들어 유지태 주영훈 등의 영향으로 화이트와 블루 계통이 반짝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머리카락이 조금만 자라도 배색의 조화가 힘든 탓에 이런 컬러들은 부지런한 일부의 전유물이 되고 있다.

대신 광택이 보장되고 수은이 섞인 듯한 사이버 이미지를 발산하는 ‘플래티넘(백금)’이 강세. 직장인 강준규씨(26·모무스 벤처)는 “단순히 머리를 탈색해서 나타나는 연한 금색이 예전에 인기를 끌었지만 ‘반항기 있는 10대 취향’이란 이미지가 강해져 요즘은 보다 사치스럽고 강렬해 보이는 ‘플래티넘 골드’가 벤처업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헤어디자이너 쟝피엘은 “무겁고 거추장스러움을 탈피하기 위해 가느다란 실선의 플래티넘 화이트를 입힌 블리치도 새로 등장했다”고 부연한다.

멀티컬러링은 말 그대로 다중적인 색을 층층이 입혀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

댄스가수들이 대거 등장하며 곡의 분위기를 역동적으로 살리기 위해 시도했지만 지금은 일반인들에게도 많이 보편화됐다. 와인 핑크 카키 시나몬 레몬 계열이 분위기를 내는 보조 컬러.

◆탈색후 일주일 뒤 물들여야

컬러링의 종류는 탈색, 블리치, 코팅, 완전염색의 네가지로 분류된다. 부분염색인 블리치와 코팅도 도색과 말리는 작업이 반복되기 때문에 최하 2∼3시간이 소요되며 비용도 3만원에서 최고 15만원 이상을 감수해야 할 때도 있다.

완전한 빛깔의 염색과 코팅을 위해서는 일단 탈색을 해야 하므로 머릿결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해서 물들일 때까지 일주일 정도의 간격을 두는 것이 좋다.

주혜진씨(23·서울여대 중문4)는 “탈색을 하는 동안은 벙거지 모자를 쓰고 외출을 해야 하는 ‘아픔’이 있지만 달라진 모습을 위해서 기꺼이 희생한다”고 말했다.

로레알의 박하정과장은 “2, 3차례에 걸쳐 머리에 물을 빼는 것이 염색 모발 관리에 효과적”이라 말한다.

◆개성표출보다 연예인 따라하기 성격

컬러링은 90년대 중반 이후 세계 패션계의 거대한 흐름으로 볼 수도 있지만 한국의 경우 연예인 따라하기 심리가 크다는 것이 헤어디자이너들의 분석.

서울 압구정동의 조성아 뷰티폼, 쟝피엘 헤어커뮤니티, 헤어 0809, 헤어아미고 등은 유명 연에인들의 독특한 컬러를 생산, 일반인에게로 확대 재생산하는 공간으로 유명하다.

은회색과 블루그레이를 앞세운 그룹 '스카이'의 최진영을 비롯해 금빛 머리에 밝은 브라운을 섞은 송윤아 머리가 조성아 뷰티폼, 컨츄리꼬꼬의 무채색 머리, 핑클 이효리의 은빛 하이라이트, 김건모의 파인애플골드가 쟝피엘 헤어커뮤니티의 작품. 헤어 0809에서는 아예 '주영훈 화이트' '배두나 블루'라 불리는 색채를 창안해냈을 정도고, 헤어아미고는 슈퍼모델 이종희 등 패션모델들이 단골이다.

문화평론가 하헌준씨는 "취향에 따라 함량을 달리한 여러가지 색을 섞어 수많은 컬러를 경험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정해진 틀'에서의 일탈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인직기자>cj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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