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KBS2다큐]'인간극장'… 10일부터 5부작 방영

  • 입력 2000년 7월 9일 18시 37분


도시에서는 집밖으로 몇 발자국만 나서면 PC방이니 인터넷카페가 즐비한 세상이지만 영자가 사는 곳은 전기도 전화도 없다.

강원도 삼척 큰병산의 허름한 오두막에서 영자는 아버지와 단둘이 산다. 18년전 한 때 시인을 꿈꿨던 아버지는 아내가 가출한 후 돌쟁이 영자를 데리고 산속에 들어가 오두막을 짓고 은둔생활을 시작했다.

학교도 다니지 않는 영자를 세상과 이어주는 유일한 끈은 낡은 라디오 한 대 뿐.

아버지 말에 순종하며 산속생활에 만족하던 영자는 어느새 호기심 많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자꾸 바깥 세상의 삶이 궁금해진다.

KBS2의 휴먼다큐 ‘인간극장’(오전 8시20∼8시50분)은 외부 세계에 눈을 뜨기 시작한 산골짜기 소녀 영자의 삶을 ‘그 산속엔 영자가 산다’ 5부작 시리즈로 10일부터 방영한다. 영자가 받은 정규교육이라곤 딱 일주일동안 초등학교에 다닌 것이 전부. 한글과 한문, 침술, 그림, 심지어 김치담그는 법까지 모두 아버지에게 배웠다.

하지만 TV조차 없는 산속 생활이 영자의 상상력과 감수성을 한껏 자극한 덕분일까. 영자의 글과 그림에서는 때묻지 않은 소박함이 배어난다. 영자의 유일한 낙은 라디오 듣기. 영자가 즐겨 듣는 프로그램은 사회교육방송의 ‘세월따라 노래따라’. 덕분에 영자가 제일 좋아하는 가수는 클론이나 HOT가 아닌 남인수다. 그러나 그런 영자도 ‘바깥 사람들’을 알게 되면서 조금씩 달라진다. 라디오를 통해 서울 사람들을 펜팔로 사귀게 되면서 별천지 세상을 알게 되고 다큐 제작진 덕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튀긴 통닭도 먹어봤다. 노트북 컴퓨터가 신기해 눈을 반짝반짝 빛내기도 했다.

아버지에게 높은 굽의 분홍색 샌들을 사달라고 조르던 영자는 마침내 서울구경을 하고 싶다는 말까지 꺼낸다. 영자 아버지는 드디어 딸의 앞날에 대해 고민을 시작한다.

제작진은 은둔생활을 고집하는 아버지를 겨우 설득해 보름동안 영자를 취재했다.

다큐를 제작한 리스프로의 양차묵PD는 “영자가 외부세계를 알게 되면서 받는 ‘문화충격’과 이에 따른 삶의 변화를 꾸준히 관찰해 1년후쯤 영자의 변화를 다시 한번 다큐로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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